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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체크 전자피부… 동영상 전자종이…

입력 | 2014-06-13 03:00:00

둘둘 감고 쭉쭉 늘어나는 디스플레이… 각국 ‘플렉시블’기술 선점 경쟁 치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피부’(위)는 얇고 잘 늘어나서 피부에 부착해 생체반응을 측정하거나 패치처럼 치료용으로 쓸 수 있다. 영국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종이’는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 위에 문서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서울대·플라스틱 로직 제공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종이신문 위에 동영상이 재생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예언자일보’로 불리는 이 신문은 마법에 걸려 있어 정지된 사진이 아니라 움직이는 인물의 표정과 풍경까지 생생하게 전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예언자일보’ 같은 부드러운 전자기기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로 대변되는 플렉시블 기술은 ‘소프트혁명’을 이끌며 ‘갤럭시기어2’나 ‘아이폰6’에 실제로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의료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자피부 개발이 시험 단계에 접어들었다.

○ 전자피부 붙이고 혈당 체크

조길원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은 올해 3월 피부에 전자칩을 부착해 손떨림 같은 생체반응을 측정하거나 약물을 꾸준히 전달할 수 있는 전자피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면 혈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송해 처방 받을 수 있고 부정맥이 있는 사람도 심장 박동 패턴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

전자피부는 플렉시블 기술 개발 단계에서도 가장 어렵고 진보된 기술이다. 깨지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조건은 물론이고 쉽게 휘어져야 하고 둘둘 감거나 접을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상황에 맞게 늘어나기도 해야 한다. 연구단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사람의 피부처럼 최대 25%까지 늘어난다. 조 단장은 “전자피부의 핵심은 부드러운 전자소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단의 전석우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고무처럼 늘어나는 반도체 소재를 개발했다. 반도체 재료에 탄성 물질을 섞은 뒤 전기가 통하는 액체 물질을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3배까지 늘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소재를 만든 것이다.

또 홍용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은 최대 2배까지 늘어나는 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은 젤 형태의 고분자 물질(PDMS) 속에 니켈 입자를 넣어 만드는데, 2배로 늘려도 전기저항이 낮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 영국은 휘는 전자종이, 일본은 구겨지는 전자소재

현재 이 분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문서나 동영상을 재생하는 전자종이는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먼저 개발해 기술 이전까지 마쳤다. 마음대로 구길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끄떡없는 전자소재는 일본 도쿄대가 앞서 있다.

각국 정부도 소프트혁명의 원동력인 나노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나노기술·재료 연구에 919억 엔(약 9170억 원)을 투자했으며 미국은 나노기술개발전략(NNI)을 위해 올해 17억 달러(약 1조7300억 원)를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을 글로벌프런티어사업으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매년 100억 원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조 단장은 “기존의 전자기기를 소프트한 형태로 바꾸고 신체에 부착할 수 있게 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몇 년 안에 소프트혁명의 초기 결과물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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