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균열증후군, 씹는 습관 바꾸고 균열치료해야
찬물 등을 마시거나 오징어, 견과류 등 질긴 음식을 먹을 때 갑자기 이가 시린 적이 있으면 치아균열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방치하면 치아 뿌리까지 금이 점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이후 왼쪽으로만 열심히 음식을 씹던 권 씨는 어느 날 무의식중에 오른쪽으로 멸치를 씹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젓가락을 내팽개쳐야 했다. 밤새 잠을 설친 권 씨는 곧장 치과를 다시 찾았다. 그 결과 이름도 생소한 ‘치아균열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른쪽 위 끝에서 두 번째 치아에 금이 가서 권 씨를 괴롭힌 것이다. 권 씨는 곧장 신경치료를 받아야 했다.
갑작스럽게 시린 치아, 치아균열증후군 의심
균열이 혈관과 신경이 많이 분포된 치수까지 연장되면 통증은 점점 심해진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금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이 점점 벌어져 치수와 치아의 뿌리 부분까지 연결된다.
씹는 습관 안 좋으면 치아에 금 가기 쉬워
원인은 주로 씹는 습관과 관련된다. 턱 근육이 잘 발달돼 있고 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치아에 금이 잘 간다. 특히 씹을 때 한 쪽으로 질겅질겅 씹거나 빨리 씹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특정 음식을 즐겨먹을 때도 치아의 균열을 부를 수 있다. 얼음조각이나 사탕을 우걱우걱 깨물거나, 누룽지, 강정, 견과류, 멸치, 마른 오징어, 육포, 물렁뼈, 오돌뼈, 닭뼈 조각 등을 열심히 씹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환자들은 주로 40∼50대 남자. 밤에 이갈이를 자주, 그리고 심하게 하는 사람들도 균열이 잘 생기는 대상이다. 특히 금이나 도재 등으로 땜질을 한 부위는 균열이 잘 생기는 부분. 이미 충치 등으로 이가 상해 치료를 받은 이는 다른 이보다 금이 가기 쉽다.
치아에 간 금은 뼈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붙는 것이 아니다. 씹는 힘을 받으면서 점점 더 벌어진다. 이 부회장은 “유리에 금이 간 것처럼 균열이 점점 더 진행된다”며 “금이 간 것을 발견하는 즉시 크라운을 씌워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치과에 가면 치아를 두드리는 검사부터 깨물기 검사, 광선투시검사, 염색 검사 등으로 균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광선투시검사와 염색검사를 통해 금이 어느 정도 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뿌리까지 균열 가기 전 빠른 조치 필요
크라운을 씌워도 균열은 계속될 수 있다. 균열이 치아 뿌리까지 진행되면 치조골, 즉 이가 박혀있는 뼈까지 파괴될 수 있어 치아를 뽑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부회장은 “치조골에 병소가 생기지 않았다면 치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보존치료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방사선 검사, 치주탐침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 균열이 치조골 쪽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아균열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좋아하는 견과류, 닭뼈 등을 피해야 하는 걸까. 이 부회장은 “씹는 습관을 바꿔 조심조심 먹으면 문제 없다”고 말한다. 음식은 양쪽 어금니로 천천히, 동시에 씹는 것이 좋다. 이 부회장은 “본인의 식습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까운 치과의사를 주치의로 두는 것도 좋다”며 “본인의 치아를 아껴 쓴 만큼 오래도록 건강한 치아 상태를 유지하며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