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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검사’ 안대희, 왕실장 넘는 책임총리 될 수 있나

입력 | 2014-05-23 03:00:00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내정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으로 내몰렸다. 그는 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생이었지만 그 바람에 검찰총장 인선에서 같은 동기생인 정상명 전 대검차장에게 밀렸다.

박 대통령이 그런 안 전 대법관을 내각 수장에 기용하겠다는 것은 인사 스타일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안 후보자는 최소한 ‘받아쓰기 총리’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 그는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예상을 뛰어넘는 정치쇄신안을 내놓았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한광옥 씨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영입하자 “새로 영입한 인사가 비리연루자라면 누가 정치쇄신을 믿겠느냐”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강단이 있고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듣는 편이다.

안 후보자는 대선 당시 “정치쇄신위와 (박근혜) 후보의 의견이 다르면 조정을 거쳐 후보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쇄신의 본질을 흐리는 원칙의 문제나 후보 이미지를 흐리는 결정적 감표 요인이 될 때는 직을 걸고 충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결기로 원칙에 충실한 국가안전 시스템 구축과 관료사회의 개혁, 관피아 척결 등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책임총리가 돼야한다. 안 후보자도 어제 “대통령을 진정으로 보좌하기 위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여 국가가 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자도 정홍원 총리에 이어 법조인 출신이다. 더구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사법시험 15년 선배로 그가 검찰총장을 할 때 안 후보자는 평검사였다. 대통령이 여전히 비서실을 국정의 중추 기관으로 여길 경우 안 후보자가 ‘왕(王) 실장’으로 불리는 김 비서실장을 넘어 행정 각부를 통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 후보자가 당면하게 될 국가안전 시스템 확립이나 관료사회 혁신은 문제가 터진 뒤에 처벌하는 수사와 다르다. 국가안전은 사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행정능력이나 이해관계 조정의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은 안 후보자가 관료사회 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대쪽 검사 이미지의 그가 과거 이회창 전 총리처럼 대통령과 각을 세워 인기를 끌려다가는 국정이 삐걱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는 경남 함안 출신이어서 국민대통합형 인사는 아니다. 검사 출신이지만 대법관을 6년간 지낸 안 후보자가 균형 감각을 발휘하고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을 잘한다면 출신 지역이나 판검사 경력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안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능력은 언론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靑안보실·국정원 개혁할 수장 찾아야

박 대통령은 이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올해 3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 본란은 ‘남재준 국정원장 문책하고 국정원 개혁하라’고 박 대통령에게 촉구한 바 있다. 북한 핵을 이고 있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가정보 역량 강화보다 막중한 국가적 과제는 없다. 국정원의 무능과 잘못된 관행, 관리 체제의 문제는 자칫 국기 문란을 넘어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새 국정원장은 국정원 본연의 역할과 기능대로 외부의 위협에는 강력하고 치밀하게 대처하고, 국내에서는 신뢰 받는 조직으로 체질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런 능력을 갖춘 후임 국정원장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논란이 됐을 때 “국가안보실은 안보 컨트롤타워이지 재난 컨트롤타워는 아니다”라고 주장해 민심을 악화시켰다. 또한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침투해 정찰활동을 벌이고 귀환하다 추락할 때까지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등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대북 경계에 실패한 데다 비상시국에서 여론을 파악하는 정무감각을 갖추지 못해 불명예 퇴진을 불렀다. 새 안보실장은 국가와 국민을 철통같이 수호할 의지와 함께 안보와 외교에 폭넓은 식견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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