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특별한 ‘스승의날 행사’
‘선생님 덕분에 삼성맨으로 성장했습니다.’ 15일 삼성에버랜드가 마련한 스승 초대 행사에 참석한 선생님과 직원(제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5일 오후 3시 경기 용인 삼성에버랜드에서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선생님과 제자는 밝게 웃으며 한동안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에버랜드 안세연 PI그룹 주임(30·여)은 조현주 선생님(46·충북 충주 예성여중)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면서 “그때 정말 감사했지만 쑥스러워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서 늘 마음에 걸렸었다”고 말했다.
안 주임은 중학교 1학년이던 1996년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수업료를 못 내고 있었다. 밀린 수업료 때문에 자주 학교 행정실로 불려 다니던 안 주임을 어느 날 조 선생님이 조용히 불렀다. 선생님은 봉투를 꼭 쥐여주며 “빌려주는 거니까 나중에 꼭 갚아”라고 말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여중생의 자존심을 지켜준 선생님의 배려였다.
이날 에버랜드가 마련한 스승의 날 행사에는 안 주임과 조 선생님의 사연처럼 감동적인 스토리를 지닌 스승과 제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에버랜드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학창 시절 잊을 수 없는 선생님과의 ‘스토리 공모전’에서 선정된 주인공들이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김봉영 사장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제자들을 ‘삼성맨’으로 만들어준 스승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선생님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사제관계가 예전처럼 끈끈하지 않은 것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모신 제자도 있다. 건설인사팀의 허성 과장(37)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고 한청희 선생님(여)의 사진과 제자들의 글로 만든 문집을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한 선생님은 1997년 미국령 괌에서 항공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허 과장은 “선생님을 기념하기 위해 몇몇 제자들이 2003년부터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근무하시던 초등학교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1991년 신입생 시절 강의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김 책임을 걱정해줬고 오랜만에 강의실에 나타나면 일부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문제 제자’였던 김 책임은 이 전 교수의 딸과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는데 결혼 전에는 ‘그 많은 제자 중 왜 하필 자네인가’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한 9명의 스승은 이날 제자인 ‘삼성맨’들의 안내를 받으며 에버랜드의 주요 장소를 둘러봤다.
용인=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