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인간이 제일 이상해’ 들고 12년만에 돌아온 황신혜밴드
황신혜밴드’의 김형태(왼쪽·보컬, 기타)와 허동혁(건반, 컴퓨터 프로그래밍). 독특한 외양으로도 주목받아 온 이들이 이번엔 응원용 술을 기워 만든 설인(雪人) 같은 복장에 ‘ㅎ’을 새긴 태권도용 헤드기어를 썼다. ‘ㅎ’은 김형태, 허동혁, 황신혜의 ‘ㅎ’. ⓒ김재우
괴괴망측했다. ‘①신중현과 엽전들의 기타 사운드에 고속도로 메들리풍의 쿵짝 리듬, 신시사이저 소리를 섞는다 ②이박사랑 이주일의 조카 같은 보컬과 가사를 해물처럼 얹는다’ 식의 레시피. 조미료 잔뜩 친 짬뽕처럼 중독적이었다.
웃기는 짬뽕, ‘황신혜밴드’는 1995년 서울 홍익대 앞 카페 ‘곰팡이’에서 2인조 밴드로 결성됐다. ‘짬뽕!’을 열세 번이나 외치는 해괴한 노래 ‘짬뽕’(1997년)과 옥황상제 외계인 복장으로 당시 음악 팬들 사이에서 레이디 가가처럼 숭배 아니면 지탄을 받았다.
여러 차례 멤버 변동 끝에 허동혁(33)이 합류해 다시 2인조가 된 황신혜밴드가 8일 4집 ‘인간이 제일 이상해’를 냈다. 3집 ‘병아리감별사 김씨의 좁쌀 로맨스’(2002년) 이후 12년 만의 신작이다. 위악적인 보컬, 뽕짝과 록과 전자음악이 짬뽕된 악곡은 여전하다. 세련된 전자음이 밀도를 더했다. ‘인간이 제일 이상해… 박테리아보다 더’(‘인간이 제일 이상해’) ‘로맨스는 언제나 비보호 좌회전/사랑면허도 우린 없는데’(‘쌍방과실’) 같은 가사도 반갑고, 서울 구로동 청년과 목동 처녀의 신분격차가 부른 비극적 사랑(‘오목교 러브 스토리’)을 그린 풍자도 만만찮다. ‘죄 송(song)’과 ‘몰래 몰래’ 같은 발라드는 몽환적이다.
―‘황당하고, 신기하고, 혜성같이 나타난 밴드’와 여배우 황신혜, 둘 중 밴드 이름의 유래는 무엇인가.
“둘 다다. 황신혜는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같은 거다. 대중과 소통하는 상징적 키워드.”(김형태·형)
―신작 내는 데 12년이나 걸린 이유는….
―(허동혁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음대에서 신시사이저를 전공했다. 전자음악 듀오 ‘MDS’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말, 형태 형이 페이스북에 멤버를 구한다는 공지를 올린 걸 보고 지원해 합류하게 됐다.”(허동혁·혁)
―(형에게) 인수위 자문위원 활동은 어땠나.
“음악 스트리밍 덤핑 제도 개선과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복수화를 이끌어낸 걸 보람으로 느낀다.”
“우린 명불허전이다. 2001년 ‘심령대부흥회’란 공연에서 쓰러진 여고생 관객을 음악으로 살려내는 퍼포먼스도 했다. 쉬는 동안 ‘야, 쟤는 세다’ 생각했던 건 레이디 가가뿐. 장난 같은 음악에 무거운 메시지를 담으려 했는데 뼈대까지 장난으로 보인 게 우리 문제라면 문제였다. ‘인테리어’(편곡) 잘하는 혁을 만난 건 행운이다.”
―타깃은….
“전 국민. 그간 아이돌 음악도 듣고, 트로트 프로그램도 봤다. 우리가 돌아왔으니 황신혜 씨도 좋은 작품에 캐스팅될 거다.”(형) “음반이 완성된 뒤 사운드를 ‘소녀시대’ 노래와 가장 먼저 비교해봤다. 자신 있다.”(혁)
―당신(혁)은 비교적 멀쩡해 보인다. 몸담았던 듀오 MDS는 뭐의 약자인가.
“맥도널드 딜리버리 서비스.”(혁) “거봐, 가게든 밴드든, 이름에서 결판이 난다!”(형)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