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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1000명 10달러에 팝니다”

입력 | 2014-04-23 03:00:00

트위터 팔로어-페친-유튜브 조회수 늘려주는 ‘봇’ 거래 성행




봇을 통해 생성한 SNS 영향력을 판매하는 ‘스웬지’의 메인 화면(왼쪽)과 판매 화면. 인스타그램 팔로어 500명 또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1000개 등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메인 화면에는 10억 건이 넘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를 발판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싸이의 이미지가 걸려 있다. 스웬지 캡처

“커피 한잔 가격에 4000명의 친구를 사세요! 몇 천원만 더 내면 페이스북 ‘좋아요’도 수백 개나 받을 수 있답니다.”

‘친구는 돈으로 살수 없다’는 옛말이 있지만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이 말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치 사람처럼 활동하는 ‘봇(bot)’ 거래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기업 브랜드나 자사 제품을 인기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 같은 봇을 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구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은 개인이나 대중적 영향력이 큰 인물인 것처럼 꾸미고 싶은 스타나 정치인들도 SNS 봇의 주요 구매자다.

○ 사람과 구별 안 되는 SNS 봇


봇은 로봇의 줄임말로 코딩을 통해 입력된 특정 행위를 인터넷상에서 자동 또는 반자동적으로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SNS에서 봇은 마치 사람처럼 글을 남기고 누군가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타인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며 특정 문구가 담긴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퍼날라 확산시킬 수도 있다. 사실은 몇 줄의 코드로 이뤄진 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SNS상에서는 사람과 거의 똑같이 행동한다.

특히 최근 봇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들 봇 중 상당수는 사람 같은 이름을 갖고 있고 심지어 프로필에 거주 국가까지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SNS상 특정 인물이 진짜 사람인지 봇인지 헷갈릴 정도다. NYT는 “최근의 봇은 사람처럼 밤에는 활동을 중단하고 아침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며 “사람 같은 이모티콘을 쓰며 대화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들 봇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대부분의 SNS에서 활동한다. 특히 ‘스웬지(swenzy)’나 ‘피버(Fiverr)’처럼 봇을 파는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누구나 돈을 내면 SNS상의 ‘영향력’을 살 수 있게 됐다. SNS에서의 영향력은 곧 친구 수나 리트윗 수, 혹은 좋아요 수나 댓글 수, 조회 수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정치 악용 사례도…이용자 경계해야


실제 스웬지 사이트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쓸 수 있는 ‘좋아요’ 1000개를 9.98달러(약 1만360원)에 팔고 있다. 인스타그램상에서 500명의 팔로어를 갖는 데는 4.89달러(약 5076원)가 필요하다. 마치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즐겨 찾는 SNS에서의 ‘영향력’을 원하는 만큼 사이트 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SNS에서는 실제와는 무관하게 하루아침에 수십 만 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인기인이 될 수 있다.

봇이 인터넷 세상에서 사실상 사람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악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사례도 나온다. 실제 한국에서도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봇을 통해 121만 건 이상의 대선 관련 글을 트윗·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NYT는 멕시코 시리아 터키 등지에서도 봇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가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SNS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경우 전체 계정의 5%가량이 진짜 사람이 아닌 가짜 봇 계정으로 추정된다”며 “SNS상 친구나 메시지, 이를 통해 생성되는 여론이 ‘진짜’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봇(bot) ::

로봇(robot)의 준말로 인터넷상에서 입력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SNS에서 활동하는 SNS 봇 외에도 주기적으로 웹사이트를 돌며 정보를 검색·색인하는 봇부터 스팸메일을 뿌리는 봇, 광고성 글을 쓰는 봇까지 다양하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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