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정치부 차장
어젯밤도 악몽을 꿨습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 방을 둘러봤습니다. 그냥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마냥 미안했습니다. 그러고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느껴지게 만든 그 모든 것에 허탈하게 화가 났습니다.
초등학생 땐 공산당이 집에 쳐들어오는 꿈을 많이 꿨습니다. 투철한 반공교육이 소년을 밤새 울게 했습니다. 시험을 보는데 공부한 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꿈도 많았습니다. 그 악몽에서 깨워준 건 늘 어머니의 따뜻한 품,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아버지들이 일군 나라를 꿋꿋이 지켜온 이 땅의 어머니, 그런 ‘대한민국 어머니’의 마음과 정신이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입니다.
총탄에 어머니를 일찍 여읜 대통령도 ‘어머니 같은 나라’를 꿈꿔왔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국민 여러분이 부모 형제가 돼 줘서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갚고 싶습니다. 가난 속에서 10명의 자녀를 맡아도 어떤 수를 써서도 굶기지 않고 학교도 다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해나겠습니다.”(2004년 3월 방송 연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2013년 2월 취임사)
사고 이후에도 어머니가 안 보입니다. 차가운 물속에서도, 그 물을 간절히 바라보는 뭍에서도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호통만 보일 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어머니 같은 정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어머니. 지금 가장 절실한 건 선진국의 매뉴얼도, 선진국의 시민의식도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적을 일궈낸 어머니의 용기와 지혜입니다.
어머니처럼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대통령이 다짐해온 그 어머니 같은 나라를 찾습니다.
부형권 정치부 차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