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100명의 자기고백 담은 다큐멘터리 연극 ‘100%광주’
다큐멘터리 연극 ‘100%광주’에 출연한 시민들이 누가 크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광주의 인구학적 특성을 반영하는 100명의 시민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통계에 나오는 숫자들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아시아예술극장 제공
“모자를 좋아합니다. 갖고 있는 모자만 30개가 넘습니다.”(70대 남성)
광주 시민 100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연극 ‘100%광주’. 이 다큐 연극이 무대에 오른 19일 광주 북구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는 광주의 인구학적 특성을 대표하는 시민 100명의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광주 전체 인구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6%여서 30대는 16명이 됐다. 여성은 51명, 남성은 49명이었다. 외국인 비율은 1%여서 외국인 1명도 포함됐다.
독일의 다큐멘터리 연극 창작 그룹 ‘리미니 프로토콜’의 다니엘 베첼, 헬가르트 하우크, 슈테판 카에기 씨(왼쪽부터). 아시아예술극장 제공
공연에서는 세월호 참사도 언급됐다. 한 중년 여성은 개나리꽃을 들고 나와 “채 피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바친다”고 애도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한 뒤 공연을 이어갔다.
여러 질문에 대해 ‘예’ ‘아니요’가 표시된 구역으로 가는 순서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웃의 이름을 안다’에 ‘예’ 구역으로 간 사람은 20여 명뿐이었다. ‘통일을 위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겠다’에 ‘예’라고 답한 사람은 10여 명이었다. 이웃이 누군지 모른 채 살아가고 통일에 부담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5·18을 목격했다’는 질문에는 20여 명이 ‘예’ 구역으로 갔다.
연출을 맡은 헬가르트 하우크 씨(45)는 “‘전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질문에 무려 80%가, ‘선생님에게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 90%가 ‘예’라고 답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서 “다시 태어나면 ○○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도 의외였다. 공동 연출인 슈테판 카에기 씨(42)는 “한국이 성별이나 역할에 따른 강박관념이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출가들은 또 ‘내가 사는 도시를 위해서 살인을 할 수 있다’는 질문에 단 한 명만이 ‘예’라고 답한 것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멜버른에서는 ‘그렇다’는 비율이 40%에 달했다. 이는 광주시민들이 군국주의를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광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