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산업부 기자
이 프로젝트는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박사가 이끄는 것으로, 1980년대 이후 한국 인터넷 사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 기록된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빙긋이 웃음 나는 장면이 많았다.
한 예로 한국에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1980년대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통신(현 KT)과 KAIST의 전산망을 이을 케이블을 찾기 위해 국내 전자상가를 샅샅이 뒤졌던 KAIST 학생들의 스토리가 나온다. 끝내 맞는 케이블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청계천에서 부품을 사다 직접 케이블 회사의 제작 매뉴얼을 보며 케이블을 만든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검색도 없던 ‘순도 100% 아날로그’ 세상에서 학생들은 기술을 익히고 또 발전시키기 위해 책과 씨름하고, 또 토론했다. 기본부터 한 줄 한 줄, 그렇게 고군분투해서 세상에 없던 기술들을 만들어 낸 역사가 그곳에 알알이 적혀 있었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이런 고민이나 탐독, 깨달음의 즐거움이 적다. 문제가 생기면 그저 검색창에 타자 몇 번만 두드리면 그만이다. 그나마도 ‘자동 검색어’라는 것이 있어서 끝까지 질문을 칠 필요도 없다. 간편하지만, 그냥 거기까지다. 문제의 원인이 뭔지, 해결의 원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렇게 간편하게 얻은 답조차 금방 잊고 만다. 또 검색하면 되니까. 기억할 생각조차 안 한다.
문득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서 인터넷이라는 선을 쏙 뽑아버린다면 남는 지식이 얼마나 될지 자문해봤다. 인터넷이 없던 20년 전에 비해 우린 정말 ‘스마트’해진 걸까. 친구집 전화번호까지 줄줄 외우던 20년 전과 달리 요즘 우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조차 가물가물하지 않나.
문득 일생에 한번쯤은 다시 인터넷과 검색창 없는 세상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기술의 진보는 되돌릴 수 없기에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시대가 “편리해졌다”고 말하지만 돌이켜보면 20년 전 그 시절이 그렇게 불편한 건 아니었다 싶다. 정보기술(IT) 담당 기자가 하기에 조금은 불경스러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