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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인간을 입양한 IQ 800의 개

입력 | 2014-04-17 03:00:00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디즈니 애니 ‘라이온 킹’을 공동 연출한 랍 민코프 감독이 만들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인공이 개다. 견종은 스누피와 같은 비글. 그러나 까칠함은 스누피 이상이다. 애완견의 삶을 거부한 이 개는 아이큐가 800(이런 수치가 가능한가?)으로 하버드대 박사 출신이며 노벨 과학상도 받았다.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는 평소 두 발로 걸으며 춤과 음악, 요리와 스포츠를 즐기는 교양견이지만 다급한 순간에는 사람을 물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 개가 인간을 입양해 키운다는 사실이다. 당시 이 개의 입양을 허락한 판사는 “아이가 개를 입양할 수 있듯 개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좋은 아버지이나 사회적 편견이라는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사립초등학교에 진학한 그의 인간 아들 셔먼은 등교 첫날 급우에게 “개의 아들이니 너도 개”라는 말을 듣는다.

2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의 캐릭터 설정은 무척 급진(?)적이다. 설정만 보면 ‘슈렉’ ‘쿵푸팬더’를 만든 ‘드림웍스’ 특유의 기백도 느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기발한 캐릭터는 너무나 교육적인 스토리 앞에 좌절한다.

영화는 어린이 관객을 겨냥했다. 1960년대 TV 애니메이션 ‘로키와 불윙클 쇼’의 인기 코너였던 ‘피바디의 별난 역사’가 원작이다. 극 중 피바디와 셔먼이 역사적 사건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은 원작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에서는 부자와 더불어 ‘겨울왕국’의 엘사를 닮은 여자친구 페니를 시간여행에 동참시킨다. 이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프랑스 혁명기로 가 마리 앙투아네트와 혁명가 로베스피에르를 만나고, 르네상스 시대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모나리자를, 트로이 전쟁에서는 그리스군 총지휘관이었던 아가멤논을 만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투탕카멘 왕과 셔먼이 페니를 두고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한다.

어린이날 연휴 자녀들과 함께할 부모에게 ‘…피바디’는 나쁜 선택은 아니다. 특히 ‘먼 나라 이웃나라’ 같은 교양만화를 좋아하는 지적인 어린이라면 무척 흡족해할 것이다. 겨드랑이 냄새나 똥을 소재로 한 유머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성인들도 ‘픽, 픽’ 웃음을 터뜨릴 때가 없진 않다. 다만 과거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한 성인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보통의 어른들은 안경 쓴 비글의 잘난 체를 즐겁게 감탄해줄 만큼 너그럽지 못하다. 전체 관람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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