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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까지 물 차올라도 학생들 달래며 탈출 돕다 끝내…

입력 | 2014-04-17 03:00:00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승무원 박지영씨 살신성인
식당칸 20여명 구명조끼 없자… 선실 뛰어다니며 가져와 입혀




“구명조끼를 먼저 입히고 끝까지 안심시켰던 승무원 언니가 탈출하지 못했다니….”

16일 오전 9시경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승무원 박지영 씨(26·여)는 학생들을 먼저 구조하려다 변을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배가 45∼60도 기울던 상황에서 3층 식당(매점)에 있던 김도형 양(17) 등 학생 20여 명을 안심시켰다. 당시 선체 내부가 기울며 그릇이 깨지고 소파도 밀려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선체가 너무 기울어 학생들은 움직일 수 없었고, 더구나 식당에는 구명조끼도 없었다. 기운 선체 때문에 학생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배가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하자 당황한 나머지 탈출을 준비하는 학생이 드물었다.

박 씨는 학생들이 입을 구명조끼를 찾으러 선실 곳곳을 돌아다녔다. 박 씨는 배 곳곳에 비치된 구명조끼를 거둬 돌아온 뒤 학생들에게 차례로 입혔다. 이후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 있거나 손으로 버티고 있던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박 씨는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에게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안심해, 우리 모두 구조될 거야”라며 토닥였다.

학생들은 ‘모두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누워서 테이블 등에 기대며 안간힘을 다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한동안 버티던 중 선체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발바닥부터 차오르던 물은 어느새 무릎, 가슴, 목까지 올라왔다. 침몰 직전의 상황이 되자 박 씨는 학생들에게 “빨리 바다에 뛰어들어”라고 외쳤다. 학생들은 기운 선체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바다로 탈출했다. 학생들은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어선들에 구조됐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던 박 씨는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박 씨는 이날 낮 12시경 해경에 의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전남 진도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인경 양(17)은 “모두 무서워하던 상황에서 언니가 홀로 우리에게 용기를 줬다. 그런데 정작 언니는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온라인에서는 승객 구조를 돕다 숨진 박 씨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끝까지 자기 책임을 다하다 숨진 박 씨는 의사자로 지정돼야 마땅하다”고 글을 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승무원들은 먼저 탈출했다는데 박 씨는 끝까지 학생들을 지키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당하셨다’ 등의 글이 잇달았다.

사고 당시 3층 식당에서는 승무원 강해성 씨(33)가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 강 씨도 침몰하는 선박에서 마지막까지 대피 안내방송을 하다 맨 마지막에 탈출했다. 강 씨는 이날 오후 2시 진도실내체육관으로 이송됐으나 바닷물에 오랫동안 잠겨 있어 극심한 저체온 증세를 보이고 있다. 강 씨는 의료진 5명의 집중치료를 받으면서 힘들게 “숨진 박 씨와 함께 단둘이서 3층 식당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박 씨가 변을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던 강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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