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정익중]학대받는 아이들을 구하자

입력 | 2014-04-12 03:00:00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쟁터도 아닌 가정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피 흘리고 죽어가야 하나?

11일 법원은 1심 재판에서 칠곡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3년을 선고했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비난 여론이 높지만, 이제 와 부모를 엄벌에 처한들 죽은 아이를 되살릴 수 있을까.

최근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아동학대 예방과 대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체계 변화 추진 움직임도 급물살을 탔다. 아동학대 범죄 및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는 아동학대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법 시행을 위한 각종 절차 정비와 예산 마련 등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우려스럽다. 2014년 정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아동보호 예산으로 증액 요청된 436억 원은 전액 삭감됐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국가 사무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학대 피해아동 전담 보호시설과 아동보호 전문기관 확충, 신고의무자 온라인 교육 사이트 구축 등 추가 예산이 필요한 항목은 거의 대부분 정부의 종합대책에서 누락됐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되긴 했어도 법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인력과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았다.

아무리 심각한 학대를 당한 아이라고해도 부모가 보는 앞에서 학대를 얼마나 당했는지 물어보면 어떤 아이가 부모가 잘못했다고 응답하겠는가. 아이들은 대부분 학대가 없었다면서 부모와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고 얘기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특례법은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원이 함께 출동하도록 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에 5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을 뿐이라 단순히 계산해도 기관 1곳이 5개 지자체의 아동학대 문제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판사, 검사, 경찰 등 법 집행자들이 아동심리를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미약하다. 아예 이참에 법집행자들도 아동보호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선진국처럼 아동전문가의 도움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며 아동학대 전문 판사, 검사, 경찰을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례법 통과로 아동 및 가족에 대한 법률 상담 및 지원은 더욱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 예상된다. 친권 제한 및 정지 제도가 현재보다 활성화되고 적절히 적용되기 위해서 혹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책임과 권리를 강화하고 상담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률 조력인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최소 1인씩 배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는 저항할 수도 없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이 절대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아동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폭력이다. 더이상 남의 가정사로 치부되거나 남의 가족 내 문제로 인식될 일이 아닌 중대한 범죄이다.

하지만 아직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이 낮다 보니 가해자는 지속적인 학대를 해 놓고도 학대가 아니라 훈육을 위한 체벌이라고 주장하고 주변에서도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11일자 조간신문에도 애가 칭얼댄다고 22개월 된 아들을 때려죽인 엄마, 수년간 쓰레기 집에 방치된 4남매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제 아동학대는 일부 부모 자격이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극단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더이상 가정에서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고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전 사회적인 각성이 일어나길 바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