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점 추가공개… 천마총의 비밀
1973년 신라 천마총에선 국보 207호 천마도장니를 비롯해 말 그림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다. 작은 사진은 최근 공개한 또 다른 천마도장니(아래 왼쪽 사진)와 기마인물상 채화판.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천마총은 어떻게 발굴했나요?
천마총은 1973년 발굴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1970년대 경주지역의 고분 발굴은 당시 경주관광개발계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신라 최대 고분인 98호분(황남대총)을 발굴 조사한 뒤 내부를 공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신라 고분을 발굴해본 경험이 없던 고고학계로서는 98호분처럼 거대한 고분을 발굴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고고학계는 고민 끝에 신라 고분 발굴의 예비지식을 얻기 위해 그 옆에 있는 155호분(천마총)을 발굴해보기로 했습니다. 155호분 발굴은 일종의 시험발굴이었던 셈이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금빛 찬란한 금관, 천마도와 같은 6세기 무렵의 귀중한 유물 1만여 점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험 발굴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지요.
옛 무덤을 발굴하고 나면 무덤에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무덤 주인공의 이름에 따라 고분을 명명합니다. 충남 공주시에 있는 백제 무령왕릉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이 155호분의 경우,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출토품의 이름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금관이 가장 중요한 발굴품이었지만, 1921년 발굴했던 경주 고분에 금관총이라는 이름을 이미 붙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이름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금관 다음으로 중요한 발굴품은 천마도였습니다. 그래서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천마도가 나온 무덤이라는 뜻이지요.
○ 왜 41년 만에 확인한 걸까요?
국보 207호 천마도의 공식 명칭은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입니다. 장니는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말의 안장에 매달아 늘어뜨리는 장비입니다. 말다래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 말다래에 천마를 그려 넣은 것이 바로 천마도입니다. 자작나무 껍데기 여러 겹을 겹친 뒤 이를 누벼서 판을 만들었고 그 위에 하늘을 날아가는 흰색 말과 붉은색 갈색 검정 덩굴무늬를 그려 넣었어요.
이것은 과학의 발전 덕분입니다. 신라 고분에서 나온 유물은 1500여 년이 흐른 탓에 상당수가 녹이 슬거나 약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다룰 수 없답니다. 공기에 노출되면 곧바로 상하거나 색이 변하는 것도 적지 않지요. 조금씩 천천히 보존처리를 하는 까닭입니다. 기술이 더 발전할 때까지 보존처리를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 말이 아니라 기린이라고요?
천마라고 하면 ‘하늘을 나는 날개 달린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때의 기린은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목이 긴 기린이 아니라 동양에서 전해져오는 상상의 동물 기린이에요. 이 기린은 뿔이 달린 모습으로 전해옵니다.
기린이라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국보 207호 천마도장니 속 천마의 머리 정수리에 뿔이 달려있다는 겁니다. 천마도장니에 나오는 동물을 자세히 관찰해볼까요. 머리 윗부분이 약간 튀어나와 있습니다. 1997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천마도장니를 적외선 촬영했더니, 정수리 부분에 불룩한 것이 솟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것이 뿔이기 때문에 말이 아니라 기린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