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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 컷 찾아… 울고 웃고 맘 졸이던 낮밤들

입력 | 2014-04-02 03:00:00

채널A 다큐 ‘관찰카메라 24시간’ 오늘 100회 방송 맞는 VJ들 감회




토박이도 모르는 일상을 발견하기 위해 24시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관찰카메라 24시간’의 비디오 저널리스트들. 각각 8명으로 구성된 두 개 팀이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한 회분을 찍는다. 앞줄 왼쪽부터 이학성 박민순 유정선 공혁, 뒷줄 왼쪽부터 김기표 김양준 정원용 이은정 씨. 채널A 제공

내가 사는 동네를 남이 더 잘 아는 경우가 있다.

채널A ‘관찰카메라 24시간’(수요일 오후 8시 반)은 토박이도 모르는 리얼리티를 찾아내기 위해 ‘인해전술’을 쓴다. 매 회 비디오 저널리스트(VJ) 8명이 10대가 넘는 고정카메라와 경쟁하듯 특정 지역의 24시간을 필름에 담아낸다. 회당 촬영 분량은 60분짜리 테이프 200개가 넘는다.

2012년 3월 9일 첫 방송을 내보낸 이 다큐멘터리가 2일 100회를 맞는다. 100회 특집은 ‘대한민국 1%, 백년 전통의 비밀을 밝혀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가게 4곳의 영업비밀을 24시간 관찰했다. 조끼에 붙은 번호에 따라 ‘○번 카메라’로 불리는 VJ들이 결정적인 장면을 위해 울고 맘 졸이고 때론 웃었던 100회 촬영의 기억을 돌아봤다.

○ 관찰 앞에서 목숨도 걸었다

깜깜한 밤 전남 완도군 청산도 멧돼지 포획 작전에 투입됐을 때다. ‘탕’ 하는 총소리에 본능적으로 포수보다 먼저 수풀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사방이 캄캄한데 동물의 신음 소리만 날 뿐 멧돼지도 포수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 손에 든 게 총이 아니라 카메라란 사실을 깨닫고 두려웠다. 아내와 백일도 지나지 않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참 후 들려온 “잡았다”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74회 ‘청산도 멧돼지 포획 작전’, 1번 카메라 공혁)

태풍 볼라벤의 위력을 실감나게 찍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VJ 안종현. 채널A 화면 캡처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강타한 충남 태안군 영목항으로 출동했다. 텅 빈 항구의 시장 골목에 동료들과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강한 바람에 전봇대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변압기가 ‘퍽’ 소리와 함께 터졌다. 그때 찢긴 철판이 종잇장처럼 날아와 내 팔을 스치듯 날아갔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관찰 구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강풍이 지나가고 쏟아지는 비를 맞고서야 살았구나 했다. 아찔했던 그 장면은 동료 VJ의 카메라에 담겨 방송됐다. (20회 ‘태풍 속으로, 볼라벤 한반도를 휩쓸다’, 2번 카메라 안종현)

○ 눈물이 나면 카메라를 더 꽉 쥔다

말기 암 환자들이 있는 경기 용인시 호스피스 병원을 찾았다.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환자를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당사자들은 오히려 담담해했다. 말기 암 환자인 깡마른 할아버지와 그를 간호하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서로 다독여주는 모습이 신혼부부보다 더 다정해 보였다. 카메라를 내려놓지는 못하고 나도 동료들도 눈물범벅이 됐다. 그 여운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48회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 호스피스 병원 24시간’, 3번 카메라 이재은)

○ ‘관찰 카메라’를 관찰한다

VJ들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생생한 인터뷰를 따야 하는데 주민들도 VJ를 ‘관찰’해 마음에 드는 VJ의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무엇이든 잘 먹어 인기가 좋은 편이다. 미나리 삼겹살, 국수를 뚝딱 먹어치우면 사람들은 라면 광고 속 류현진 선수보다 더 맛있게 먹는다고 흐뭇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5번 카메라 아니면 인터뷰 안 한다’ ‘며느리 삼고 싶다’는 얘기를 질리도록 들었다. (5번 카메라 박세정)

나는 ‘아줌마들의 뽀로로’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한 번 훑고 나면 조끼 주머니가 먹을거리로 꽉 찬다. 아침상을 차려주는 아주머니들도 있다. 나 없으면 관찰카메라 어쩔 뻔했나. (7번 카메라 김양준)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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