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훈련을 진행 중인 포항 황선홍 감독이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새 시즌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흥|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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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스틸러스 감독 황선홍
공격 3인방 이탈에 용병 영입마저 불발
쇄국축구는 ‘현실’…선수들 되레 적극적
유일하게 우승 못한 챔스리그 욕심 있어
첫 상대 오사카…포를란 존재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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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0) 톱이란?
“비장의 무기? 또 다른 축구다. 팀 구성원들이 소화하지 못했다면 작년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을 거다. 힘보다는 기술, 세밀함을 강조할 수 있었던 계기다. 과거의 한국 축구보다 테크닉을 많이 요구했다. 다만 단점은 있다. 훨씬 완벽해야 한다는 점? 짧은 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년 주로 가용한 원 톱은 현실상 어려워지긴 했다.”
-외국인 선수란?
“요즘 감독의 역량은 특정 색채를 가져가는 것보다는 계속 바뀌는 자원으로 새로운 색채를 내느냐에 맞춰졌다. 선수단이 두텁다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우린 다른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 미드필더가 공격진에 비해 많아 ‘제로 톱’도 구사하게 됐다. 분명 외국인 선수가 없는 건 아프고 답답하고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가슴만 칠 수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선수들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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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이란?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이의 역할은 정말 컸다. 이들은 작년 우리가 기록한 63골 중 20골을 해줬다. 어시스트까지 합치면 비중은 더 크다. 이는 6∼7승 올릴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런데 이미 결정은 났다.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앞으로 방향에 초점을 두고 싶다. 공격 3인방이 빠지며 생긴 30% 부족분을 채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쇄국축구란?
“공감한다. 우리 현실이다. 좋은 축구를 위해선 제반 여건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하는 게 맞다. 나도 감독이다. 구색은 어느 정도 갖춰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걸 모두 얻는 이가 몇이나 되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힘들지만 도전 정신으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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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우승 못한 대회다. 욕심은 있다. 단, 아직 올인 여부는 결정 못했다. 예선 통과에 초점을 둔다. 월드컵 휴식기까지 16∼17경기를 치른다. 이게 변수다. 냉정해야 한다. 챔스리그 16강행과 정규리그 상위권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은 복잡하다.”
작년에도 올해도 황 감독은 ‘멀티플레이’를 요구한다. 나이 어리다고 비 주전 취급하지도 않고, 베테랑만 중요하지도 않는다.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이다. 전방위적 공격을 퍼붓는 ‘제로 톱’ 전략도 여기서 비롯됐다. 황 감독은 “탤런트 기질이 있는 선수들을 우린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했다. (부족한 지원이) 아프다고 해도 결국 우린 다시 축구를 해야 한다. 모두가 혼란스럽지만 냉정하고 차분히 할 몫을 하는 게 프로의 자세”라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챔피언이란?
“언제든 가능한 일로 정의하겠다. 결과만 보고 쫓아가면 부담이 크지만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린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 위치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인원도 줄고, 연령도 젊어져 심리적인 안정이 필수다. 선수층이 두터운 2011년만 해도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긴 했다. 이젠 아니다. 프로 2∼3년차가 주전으로 뛴다.”
-중국·일본의 투자란?
“중국과 일본이 몸을 움츠렸다가 도약하는 건 분명하다. 우린 계속 주춤하고 있고. 포항뿐 아니라 K리그 전체의 문제다. 중국의 돈을, 일본의 시스템을 당장 앞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챔스리그 첫 상대인) J리그 세레소 오사카가 디에고 포를란을 연봉 40억 원 들여 영입한 건 부럽지 않다. 다만 언제쯤 우리가 40억 원짜리를 데려오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래도 포를란의 존재는 포항에 엄청난 동기부여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서운 건 없다. 언제 우리 수비수들이 포를란과 부딪히겠나. 한국 축구는 절대 형편없지 않다.”
고흥|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