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 등을 통해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변화다.
문제는 실천이다. CEO들이 ‘따뜻한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의 발걸음은 더디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선보일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피해자를 위한 보장성 보험과 장애인 연금보험이 대표적인 사례. 수십 곳의 보험사 중 4대 사회악 보험은 현대해상 한 곳에서만, 장애인 연금보험은 서너 곳의 보험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약 계층을 위한 상품인 만큼 보험료를 비싸게 받을 수 없어 보험사들이 망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상품 개발에 보험사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들은 미국의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착한 행동을 실천한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리며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위대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굿(Good), 즉 ‘가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눈앞의 수익에만 매몰되면 세상을 바꾸는 금융회사는 나오지 않는다. 올해는 말보다 실천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금융회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기자·경제부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