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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만 있는 車, 중국인에 맞춘 車… 현대의 차이나 공략法

입력 | 2014-01-07 03:00:00

글로벌 격전지 현지화전략 강화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보스산(波士山) 딜러점’의 한 직원(왼쪽)이 고객에게 베이징현대차 ‘밍투’의 상세 제원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제공

“베이징(北京)현대자동차의 주요 고객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30대입니다. 회사가 중국인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들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어 최근에는 재구매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중국 베이징 ‘보스산·波士山 딜러점’ 주쥔이·朱軍義 영업 담당 대표)

현대자동차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중국 전용 모델 ‘밍투(名圖)’를 내놓은 데 이어 두 번째 중국 전용 모델인 5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시점을 올해 10월로 잠정 확정했다.

○ ‘중국 맞춤형’으로 개발된 밍투

지난해 11월 19일 나온 밍투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베이징현대차 베이징현대기술센터가 3년간 공동 개발한 ‘야심작’이다. 밍투 이전에 중국에 선보였던 차들은 아반떼, 투싼ix, 쏘나타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을 중국인 성향에 맞게 일부 개조했다.

베이징현대차는 2010년 11월 현대차 본사에 “YF쏘나타보다는 작고 랑둥(아반떼MD의 중국형 모델)보다는 큰 차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현대차 남양연구소 설계 및 디자인 파트 전문가들이 1년간 수시로 중국을 방문해 현지 트렌드를 연구했다. 현대차는 첫 중국 전략 모델을 1600cc급 아반떼와 2000cc급 쏘나타의 중간인 1800cc급으로 결정하고 2011년 11월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진이 가장 주목한 것은 중국의 도로 환경이었다. 중국은 도로 포장률이 30%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제때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거친 노면이 많다. 그 때문에 ‘승차감’은 중국 운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차량 선정 기준이었다.

편종권 베이징현대기술센터 부센터장(이사)은 “중국인은 처음 차에 탔을 때 좌석 느낌과 주행 시 소음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차체 소재, 시트 소재, 흡음재, 타이어 등 모든 관련 부품을 조용하고 승차감 좋은 차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밍투는 ‘현대’ 브랜드를 단 모델 중 최초로 ‘3경도(硬度) 시트패드’(허벅지, 엉덩이, 등 세부분의 딱딱한 정도가 모두 다른 시트)를 적용했다.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중국인 성향을 공략하기 위해 ‘에어로 블레이드 와이퍼’는 물론 서유럽이나 캐나다 등 안개가 많은 지역에서만 쓰는 ‘주간 주행등(DRL)’도 달았다.

밍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당초 목표이던 8000대의 갑절이 넘는 1만6762대가 팔려 나갔다. 최성기 베이징현대차 총경리는 “쏘나타가 월 1만 대 판매에 도달하는 데 6개월이 걸렸지만 밍투는 첫 달부터 1만 대가 팔렸다”며 “밍투는 현대차가 중국에서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첫 차”라고 말했다.

○ 지역별로 세분한 마케팅


현대차의 중국 현지화 전략은 차량 개발을 넘어 영업 마케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 31개 성은 기후 환경과 소비자 특성, 좋아하는 광고 매체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온이 낮은 북부 지역에서는 배터리 성능을 높인 모델이 인기가 좋다. 고온다습한 남부 지역에서는 에어컨 성능을 높여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의 3개 사업부를 다시 권역별로 12개 사무소로 쪼개 현지 밀착형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권혁동 베이징현대차 판매본부장(상무)은 “지역별 시장 상황을 본사에 보고하고 결재가 나기를 기다렸다 마케팅을 시작하면 이미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판단에 따라 즉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결재 권한을 각 사무소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독 중국에서만 고집하고 있는 판매 전략도 있다. 신차가 투입된 뒤에도 구형 모델을 계속 판매하는 ‘병행 판매’가 그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신차 수요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가 더딘 중서부 내륙 지역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구형 모델이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차는 엘란트라(아반떼XD), 위에둥(아반떼HD), 랑둥(아반떼MD) 등 아반떼 3세대 모델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베이징=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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