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자폭 다음날 출근길 참사, 사상자 40여명… 한살 아기 중상 “올림픽 저지” 체첸반군 배후 유력
러시아 국영 통신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경 볼고그라드 시내 제르진스키 구역 카진체프 거리의 시장 인근을 지나던 트롤리버스(무궤도 전차)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14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부상자에는 중상을 입은 한 살 된 아기도 포함됐으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러시아 방송 기자 막심 아흐메토프 씨는 “하얀 눈 위에 시신과 피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버스 천장은 날아가 버렸고 차량 뒷부분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자살폭탄 테러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AP통신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자살폭탄 테러”라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대(對)테러위원회는 “버스 안에 놓여 있던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블라디미르 마르킨 대변인은 “이번 폭발도 테러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속 발생한 이번 사건들이 서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테러로 2월 7일부터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림픽 개최국에서 개막을 앞두고 이런 테러 공격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며 “소치 올림픽에 대한 테러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반테러 부대 ‘알파’ 출신 군인 모임 부대표인 알렉세이 필라토프 씨도 “겨울올림픽 이전에 더 많은 테러가 벌어질 수도 있다”라며 “경기가 열리지 않는 러시아 남부지역 도시들이 소치보다 더 쉬운 타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경찰과 긴급 구호 인력의 50%가 이미 소치로 파견돼 있다”고 했다.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없지만 러시아 당국은 체첸 반군 등 북캅카스지역 이슬람 테러분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7월 이슬람 반군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는 “러시아가 우리 조상들과 흑해 내 우리 영토에서 숨진 수많은 무슬림의 유골 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려 한다”며 “전능하신 알라가 허락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이를 저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분리운동을 벌여 온 이들은 2007년 이후 대거 다게스탄으로 숨어들었다.
볼고그라드는 철도의 요충지로 수도 모스크바와 소치를 연결하는 교통 ‘허브’이기도 하다. 100만여 명이 거주하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경기가 치러질 곳이기도 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