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그러면 우리 대기는 중국만 비난할 정도로 정말 깨끗해진 걸까. 미세먼지에 관한 첫 번째 오해는 중국이 국내 미세먼지의 최대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에너지의 70%를 석탄으로 사용하는 중국 스모그는 지독하다. 올해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40배인 m³당 993μg(마이크로그램)까지 많아졌다. 대기가 아니라 가스실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그렇지만 그게 몽땅 한반도로 건너오는 건 아니다.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리스크가 커지곤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은 넘지 않는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중일 공동연구에 따르면 오염물질의 30∼50%가 중국에서 온다. 이는 연구결과일 뿐, 중국 정부는 시인하지 않는다. 중국 스모그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라 국내 오염원 감소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중국인들 스모그가 좋겠는가. 중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손해배상 운운해 봐야 양국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대기가 훨씬 좋았다면, 그리고 더 좋아진다면 중국 스모그의 영향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차 개발 등 국내 오염원을 줄이는 데 포커스를 맞춘 정부 대책은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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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미세먼지를 후진국형 대기오염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필자가 현장기자 시절이던 1990년대는 총부유분진(TSP) 척도를 썼다. 먼지의 크기보다는 양이 문제였다. 요즘은 먼지가 얼마나 많으냐보다 얼마나 작으냐가 더 관심이다. 입자가 작을수록 폐나 심장에 잘 들어가 건강에 미치는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PM10보다 지름이 더 작은 PM5가 등장하더니 요즘은 PM2.5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는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겪어보지 못한 먼지와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동굴에서 불을 피우거나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에 호흡기가 적응했는데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한 초미세먼지에는 인간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작아질 뿐이다. 인간은 이제 ‘나노 먼지’와 동거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