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바나나 꺾고 과일매출 2위로… 배-딸기 소비도 급증
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국산 과일의 가격(11월 넷째 주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40%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15kg 사과 한 상자 값은 3만9771원으로 지난해보다 22.4% 하락했다. 배 한 상자(15kg)는 37.4%(5만2238원→3만2704원), 딸기 한 상자(2kg) 역시 24.8%(3만2781원→2만4635원) 내렸다. 국산 과일 가격이 일제히 떨어진 것은 올여름에 태풍 피해가 거의 없어 과일 풍년이 든 덕분이다. 이전에 국산 과일은 한파나 태풍 피해가 있을 때마다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르곤 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은 불경기의 영향으로 값싼 수입 과일에 고전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42만700t으로 지난해(39만4500t)보다 6.6% 늘었다. 배 생산량(23만7000t) 역시 지난해(17만3000t)보다 37.0% 급증했다.
가격 하락에 따라 시중에서는 국산 과일을 사먹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이마트의 국산 과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증가했다. 올 들어 국산 과일 매출은 수박 수요가 급증한 8월(7.3% 증가)을 제외하고 매월 감소했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출이 급등세로 돌아섰다. 반면 수입 과일은 지난달 바나나 매출이 지난해 11월 대비 2.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입 포도와 수입 키위 매출도 각각 7.9%, 3.5% 줄었다.
한편 올해 수확한 국산 과일은 풍부한 일조량 덕에 당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출하된 ‘후지’ 품종 사과의 당도는 14.5Bx(브릭스·물 100g에 녹아있는 당의 g수)로 지난해보다 0.2Bx 높아졌다. 또 농업관측센터가 산지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의 당도(10월 말 기준)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답한 농가가 81%나 됐다. ‘올해 감귤의 당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농가 역시 91.0%에 이르렀다.
최지윤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는 “필리핀의 태풍 피해로 바나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국산 과일은 대체로 당도가 높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져 국산 과일을 많이 소비하는 트렌드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