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병충해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마을에서 재배하는 사과 중 상당수가 생과로 판매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 마을의 경제 상황도 덩달아 나빠졌다. 과수 판매가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각종 약품을 뿌려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때 한 비영리단체에서 주스 가공공장 건설 지원을 목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마을 지도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생과로는 팔기 어려운 사과도 주스나 통조림으로 가공해 팔 수 있고,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악화되고 있는 마을 경제를 되살려줄 새로운 기회에 정신이 팔린 지도자들은 공장 설립에 매달렸다. 과수 병충해 방제는 점차 이들의 관심에서 사라져 갔다.
우연히 이 지역을 방문하게 된 외부 전문가들이 병충해의 원인을 발견했다. 문제는 해충이 아니라 곰팡이였다. 살충제를 뿌려대던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게 당연했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세심하게 수목의 가지를 쳐냈다. 곰팡이 번식 방지를 위한 조치도 취했다. 얼마 뒤 사과나무 수확량은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