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첫 선언… 재무개선 강력 추진
“부채 축소, 생존문제로 인식, 국민주택기금 뺀 부채증가 없을 것” 이재영 사장
공기업 부채가 국가채무보다 많은 500조 원을 넘어서며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내 최대 공기업 LH가 사채 동결을 결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영 LH 사장(사진)은 4일 홍콩에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관계자들을 만나 “부채 축소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국민주택기금을 제외한 금융부채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6월 말 현재 LH의 금융부채 규모는 107조2000억 원. 이 가운데 38조7000억 원은 임대주택을 지을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국민주택기금 차입금이다. 나머지 63%인 68조5000억 원은 신도시 및 택지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일반회사채,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사채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주택기금 차입금은 일반 채권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에 규모가 늘어도 문제가 안 된다”며 “만기 상환액 이하로 신규 사채 발행이 제한되면 LH 채권 발행이나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LH가 사채 동결에 나서자 향후 사업자금 조달 여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LH가 사채 발행을 통해 신도시 및 택지개발 사업을 수행한 만큼 사채 발행이 축소되면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2009년 출범 당시 36조 원을 웃돌던 사업비 규모는 올해 20조 원 아래로 급감했다. 보유 자산을 매각했고, 2011년 이후 매각한 자산의 대금 회수 규모도 18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도 판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판매목표 관리제’와 계약 후에도 매수자가 원하면 돈을 돌려주는 ‘토지 리턴제’ 등을 도입해 보유 자산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장은 “택지개발이나 공공주택 사업 방식을 다각화해 민간을 끌어들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간 3조 원 규모의 민간 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복주택 사업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없다”며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상황에서 사채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재무구조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