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을 통해 고령자들이 실제로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정년연장의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어려운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3명 가운데 2명은 정년제가 없는 사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정년이 있는 직장도 상당수 근로자들이 정년 전에 퇴직하고 있다. 특히 고령빈곤의 위협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중소기업 피고용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건강의 악화, 직장의 파산 및 폐업, 정리해고 등 정년퇴직이 아닌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정년연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각 기업의 여건과 개별 근로자의 생산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사무직 정년연장의 또 다른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직무구조의 개편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정년연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임금체계나 직무구조 개편에 대해 노사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인구고령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일을 계속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이다. 특히 근로능력이나 생산성과는 관계없이 장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을 주저하는 기업문화는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