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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향했던 美외교정책, 중동으로 재회귀 조짐

입력 | 2013-09-26 03:00:00

오바마, 북핵문제 전혀 언급 않고 이란 26차례 시리아 21차례 거론




‘이란 26번, 시리아 21번, 이스라엘 15번, 팔레스타인 11번, 아시아는 딱 1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뉴욕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각 나라 또는 지역을 언급한 횟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숫자로 본 오바마 연설을 분석한 뒤 2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현안에서 “중동이 초점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중동 우선주의’의 부상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단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이란 핵과 아랍―이스라엘 분쟁에 맞춰질 것”이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보다 거시적인 지역 내 평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은 중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대외정책 노선이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에서 ‘중동으로의 재회귀(Re-Pivot to the Middle East)’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 등을 통해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축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아시아로의 회귀’ 노선을 공식 천명했다. 그러나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 대해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민주적 행보를 이어온 나라들은 더 부강하고 평화롭게 부상했다”며 간접적으로만 단 한 차례 언급했다.

북한이라는 단어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북한의 유화공세를 피하려는 전략적 외면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중동문제에 밀려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아진 오바마 행정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존 딜러리 아시아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 등 미 최고위급 인사의 안중에 없다”라고 말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무부 외교정책자문위원도 동아일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케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단 한번이었고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중동 지역에서 보내고 있다”며 “일명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현실성이 없고 실체가 없는 수사였다. 이미 중동으로의 재회귀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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