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명지전문대 총장
학문의 뿌리는 수학과 철학이다. 수학을 못해서 문과 간다는 것은 인생의 단추를 잘못 끼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학교육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현상을 바로 보고 문제풀이를 도우려는 것이다. 분석과학(수학, 통계학, 방법론 등)과 경험과학의 체제가 오래도록 유지되어 왔으나 지금 같은 분과학문 체제로는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한다.
학문의 계열별 기능별 분과는 1975년 서울대 관악캠퍼스 이전이 계기가 된다. 인문·사회·자연 등이 제각기 둥지를 틀어 기존의 문리과(Liberal Arts and Science)가 없어지면서 대학의 여유와 낭만까지 사라졌다. 분과학문들이 자신의 아성을 높이 쌓아 봤자 ‘진리는 오로지 죽음의 눈으로만 발견할 수 있다’(진리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의미)는 단테의 말처럼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선거 후보자 중 선택하는 기준이 정당, 인물, 이슈 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을 미국 뇌 스캔 실험으로 알게 된 것이나, 법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뇌와 감정을 모르는 채 법 논리로 아무리 따져도 정의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보편적 지식이 되었다. 대학교수가 기존의 틀 속에서 푹신한 안락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거나, 정부의 정책 따라 어릿광대춤을 춰서야 되겠는가. 연구지원비가 깎인다고 서울대 자연대학의 물리·천문학부가 옛날 물리학과와 천문학과로 지난봄 회귀한 난센스가 상기되어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선택한 조합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빌려온 요소들로 형성된 것’이라는 앙리 푸앵카레(1854∼1912·프랑스의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과학사상가)의 말을 되뇔 때가 되었다.
대학에서 의·공학은 오래전부터 융합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에 인문과 예술을 입히려고 애쓰고 있다. 소통의 핵심인 소리와 리듬으로 말하면 음악만 아니라 공학에서도 깊은 연구를 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잇는 학문, 사회과학이 정치와 경제를 가르친다고 사회에 신뢰가 쌓이고 정의가 구현되고 있는가. 대학은 학생더러 금을 그어 놓은 트랙 위의 허들(학과와 전공) 넘기를 더이상 강요하지 말고 방목하듯 초원에서 뛰놀게 해야 한다.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다가오는 고등학생들이 창조와 희망의 내일을 느낄 수 있게 대학은 한시바삐 자유전공학부를 늘리고 융합인지과학대학부터 만들어야 21세기 대학으로 살아남는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명지전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