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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Dining 3.0]“정통 유럽식보다 일본식” 가벼운 라거로 갈증을 싹∼

입력 | 2013-08-21 03:00:00

일본 맥주 4종 품평




푹푹 찌는 여름 더위 속에 가벼운 라거 타입의 일본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맥주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징검다리 연휴 기간이던 16일 저녁.

이날 근무한 동아일보 소비자경제부원들이 기사 마감을 한 뒤 한 자리에 모였다. 일본 맥주를 맛보며 한 주간 쌓인 갈증을 날려버리기 위해서였다.

일본 맥주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국산 맥주는 지루하다(boring)‘는 평가 등으로 외국맥주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일본 맥주가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맥주 수입액 3951만 달러 중 일본 맥주 수입액이 1322만 달러로 전체의 33.5%를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 한 일본 맥주업체가 올해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마련한 ‘팝업 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다녀가 평일 낮에도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 바이어는 “국내 소비자들은 ‘무겁고’ 쓴 맛이 강한 유럽식 정통 맥주보다 가벼운 느낌의 라거 타입 일본 맥주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맥주 수다’는 맥주 종류를 알 수 없도록 똑같은 컵에 따라 품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이뤄졌다.

독자별로 맥주 취향이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기자들이 평소 즐겨먹는 맥주(일본 맥주 제외)도 표기했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삿포로 블랙라벨, 아사히 슈퍼드라이 등 일본 맥주 4종의 향과 맛, 뒤끝, 도수, 목 넘김 등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1.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권기범 기자=안주 없이 먹어야 하는 맥주다. 맥주 자체로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다. ‘밤의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이랄까. 청량감도 없고 거품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향이 전반적으로 강하다. 첫맛은 약하지만 끝맛이 강렬하다. 유럽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김범석 기자
=오렌지 맥주 같다. ‘맥주에 뭘 탔나’란 생각도 든다. 톡 쏘는 맛이 네 가지 맥주 중 가장 약하지만, 목 넘김은 굉장히 부드럽다. 격하게 다투고 나서도 뒤끝이 없는 깔끔한 여자친구 같다. 술에 공포를 지닌 사람들에게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할 듯하다.

김유영 기자
=보리 맛과 향이 강해 고소한 느낌이다. 뒤끝과 목 넘김이 깔끔하다. 맺고 끊기가 확실한 사람 같다.

박선희 기자=살짝 과일향이 나면서 쓴맛이 강하다. 탄산이 비교적 많은 것 같다.

데스크=몰트향이 강하다.


#2. 기린 이치방 시보리

김범석 기자
=바닷가 모래사장에 파도가 쳤다가 물이 싹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첫맛이 강한데 끝맛은 약하다. 그래서 첫맛에 집중하게 된다. ‘냄비 근성’이란 말이 떠오른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것 같다.

박선희 기자=담백하다. 4개 중 가장 묵직하고, 목 넘김도 중후하다. 대중적인 맛이다.

김유영 기자=익숙한 맛이다. 국산 맥주 같아서 굳이 돈을 더 내고 일본 맥주를 사먹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 하지만 목 넘김이 깔끔하고 친숙하다. 폭탄주로 먹으면 싸한 느낌이 더 많이 날 것 같다.

권기범 기자=몰트향은 좀 있는데 강하진 않다. 라거맥주 치고는 맛이 풍부하다.

데스크=몰트향이 강하고 호프가 많이 들어간 것 같다.


#3. 아사히 슈퍼드라이

김범석 기자=튕기지 않는 여자 같다. 첫맛이 밍밍하다. 탁 쏘는 느낌은 약하고 알싸함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 대신 부드럽다. 여자들이 좋아할 맥주인 것 같다. 마일드한 맥주가 끌릴 때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김유영 기자=미세하게 혀를 쏘는 느낌이 난다. 청량하고 톡 쏘는 느낌이 강해서 여름에 먹기에 좋을 것 같다. 목 넘김과 끝맛은 보통이다.

권기범 기자=첫맛이 강하고 탄산은 부드럽다. 향이 좀 있다. 드라이한 라거 같은 느낌이다. 다소 밍밍하다. 알코올 향이 강하고 목 넘김이 좋지만 청량감은 부족한 것 같다.

박선희 기자=약간 밍밍해서 농도가 약한 것 같다. 처음에는 가볍게 넘어가지만 맥주를 마신 뒤에는 깔끔하지 않게 남는 느낌이 있다.

데스크=한국 맥주에 가까운 맛이다. 더 차게 먹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다.


#4. 삿포로 블랙라벨

박선희 기자=과일을 먹은 것처럼 살짝 신맛이 난다. 뒤끝 없이 깔끔하고, 가벼운 느낌이 강하다. 여성스러움을 갖춘 ‘훈남 스타일’ 혹은 끈적이지 않는 ‘초식남’ 같다.

김범석 기자=맥주 특유의 톡 쏘고 알싸한 느낌이 덜하고 밍밍한 맛이 난다. 오크통에 오랫동안 숙성된 맛도 나지만 약간 쓴맛도 있다. 쓴맛이 그대로 목 뒤로 넘어가기 때문에 마시고 나서 잔여감이 비교적 강하다. 누군가를 혼냈는데 혼내고 나서도 찝찝한 느낌이다.

김유영 기자=보리향이 거의 없어 재미가 없다. 노래방에서 파는 무알코올 맥주 같기도 하다. 맛이 부드럽지만, 뒤끝이 깔끔하지 않다. 하루 종일 일을 많이 했는데도 다 마치지 못하고 집에 가는 듯한 느낌이다. 연세가 있는 분들이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권기범 기자
=쓴맛이 강하고 도수가 높은 것 같다. 동시에 드라이한 라거 같은 느낌이다. 목 넘김이 좋고 뒤에 남는 맛이 있다. 중간의 맛이 밍밍한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데스크=드라이한 맛이 강하다.



정리=김유영·박선희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