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옮기지말고 비상등 켠뒤 신고를
A 씨는 지난달 1일 11시 20분경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자신의 집인 유성구 지족동 열매마을아파트 입구에 이르러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 달랬더니 추가 요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럼 직접 하겠다”며 20m가량 차량을 몰아 지하주차장에 차를 댔다. 하지만 시비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대리기사는 현장에 있다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0.139%로 측정돼 운전면허가 취소(0.1% 이상)됐다.
B 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10시 22분경 대전 대흥동 중구청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차를 잘 찾지 못해 뒤늦게 도착했다. B 씨가 “지리도 잘 모르느냐”고 한마디 했고 대리기사가 화를 내면서 다툼으로 번졌다. B 씨는 “불손해 운전을 맡기지 못하겠다”며 다른 대리기사를 부른 뒤 찾기 쉽도록 차량을 잘 보이는 곳으로 2m가량 옮겼다. 기분이 상한 대리기사는 음주운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 버렸다. B 씨는 억울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2번의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기각당했다.
음주운전을 않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다툼 끝에 대리기사의 신고로 음주운전 단속을 당한 경우가 올 들어 7월까지 7건, 지난해 12건 등 한 달에 1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대리기사는 시비가 붙으면 고의로 차량을 도로 중앙에 세워 둔 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고객이 운전을 하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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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구지법은 2007년 6월 27일 대리운전비 시비 끝에 술에 취한 고객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거짓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대리기사 정모 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객을 위한 안전운전 의무를 헌 신짝 버리듯이 팽개치고 사리사욕을 위해 고객을 모함한 대리운전기사에게 법의 엄중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추영호 대전지방경찰청 교통계장은 “대리운전 이용객들은 시비 끝에 대리기사가 도중에 차량을 세워 놓고 가 버리면 비상등을 켠 뒤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으라”라고 당부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