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년간 하루 평균 2.6명 사라져… 5년간 6220명만 체포
반부패 사정 열풍에 휴가 내고 잠적
왕 주석은 6월 3일 질병을 핑계로 휴가를 낸 뒤 종적을 감췄다. 광저우 시 기율위원회는 그를 면직 처리했지만 붙잡지는 못했다. 차이 국장은 아내에게 몸이 안 좋다고 말한 뒤 갑자기 사라졌다.
1인당 80억원 반출… 국부유출 큰손실
중국 공무원들의 ‘뇌물 먹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신문은 런민(人民)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1990년 이후 2008년까지 외국으로 도피한 당과 정부, 공안·사법기관, 국영기업의 간부가 1만8000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들이 들고 간 돈은 8000억 위안(약 145조5920억 원)에 이른다. 19년간 하루 평균 2.6명이 실종됐고 1인당 4400만 위안(약 80억756만 원)을 반출한 셈이다.
중국은 유엔 반부패협약에 가입하는 등 먹튀 공무원들을 잡아들이려 하고 있다. 최고인민검찰원이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잡아들인 ‘실종 관원’은 6220명, 추징금은 553억 위안(약 10조668억 원)이다. 하지만 한없이 느슨한 수사 시스템 때문에 손안에 든 부패 사범마저 유유히 사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패 사범 워낙 많아 조사중 도망 다반사
검찰에 고발된 뒤에 사라진 공무원도 적지 않다. 지난해 랴오닝(遼寧) 성 기율위원회는 한 전력회사의 비리를 조사하다 펑청(鳳城) 시 서기 왕궈창(王國强)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율위는 검찰에 사건을 이송했지만 왕 서기는 선양(瀋陽)의 미국 총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아내와 함께 출국했다. 그는 서기로 재직하면서 공무 여권이 아닌 개인 여권을 미리 만들어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 전문가 리융중(李永忠) 씨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당원과 공직자가 당과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신 구속 등 강제 조치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패 사범이 워낙 많기 때문에 조사 순서와 기간 등을 미리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가 새 나가거나 자신의 조사 시간을 기다리다 도망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왕궈창처럼 지방정부의 최고위급인 당 서기가 비리를 저지를 경우 해당 지역 기율위원회가 견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