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는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채소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데 장보러 나오면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채소 값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묶여 있었던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이례적인 저(低)물가 행진에도 서민들의 물가고(苦)는 가중되는 ‘물가 미스터리’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체감물가는 17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02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장 기간이다.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것은 소비자들이 매일 구입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내놓은 물가보고서에 따르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최근 2년간 각각 5.1%와 6.2% 상승해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2.7%)의 2배 수준을 보였다. 또 전기 가스 수도 등 일부 공공요금(5.0%), 전셋값(3.8%) 상승률 역시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등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는 품목이어서 체감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제는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지표물가까지 함께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고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가 높으면 임금인상 폭이 커지고 이는 다시 서비스나 상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최근 일부 품목의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