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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스파’ 같은 역발상 상품, 창의적 인재 길러야 가능

입력 | 2013-07-24 03:00:00

[의료관광산업,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자]<下> ‘메디컬 코리아’ 전사 양성 어떻게




인도 북부 해발 1000m의 히말라야 산자락에는 특별한 리조트가 있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응용한 의료관광 상품을 제공하는 ‘아난다 스파’다. 히말라야의 자연경관과 인도 전통 의술을 접목해 세계에서 유일한 독특한 의료관광 상품을 만든 것이다. 하룻밤에 80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고가 상품이지만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리조트에는 의사는 물론이고 인도 전통의학 전문가, 고객의 체형과 건강에 맞는 음식과 요가 방법을 처방하는 치료사와 같이 신종 직업을 가진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뉴델리에서 차로 8시간 걸리는 히말라야 산속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아난다 스파는 생각만 바꾸면 질 좋은 의료관광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의료관광 산업은 의료, 관광 같은 서비스 업종과 의료기기, 제약 같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이 융합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의료 한류’를 전파할 창조적인 인재를 키워야 ‘K-메디컬’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창조적 도전에서 일자리 나온다


의료관광은 저임금 서비스 업종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분야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융합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등 의료관광 산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대만 일본처럼 의료관광 비자를 신설하고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도는 세계 의료관광 시장의 다크호스. 저렴한 의료비와 영어에 능통한 숙련된 의료진, 풍부한 관광 자원이 강점이다. 인도 정부는 의료관광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에 서비스세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의료관광 시장의 40%, 20%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태국과 싱가포르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으로 의료관광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태국은 저가 의료관광을 탈피하기 위해 의료와 미용 산업을 융합한 ‘뷰티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래플스 병원은 중국 전통 의학까지 도입해 중국인 환자 유치에 나섰다.

○ 글로벌 감각 갖춘 ‘K-메디컬 전사’ 육성해야

싱가포르와 인도는 영어가 통하고 대만은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기에 유리한 중국어 문화권이라는 강점이 있다. 2009년 의료관광 시장에 뛰어든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이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의료관광 인력을 키우지 못하면 늘어난 일자리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코디네이터 몫이 될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의료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간호사 의료통역사 등 글로벌 의료 인력 1만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급성장할 의료관광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장은 “2020년 의료관광객을 100만 명 유치하려면 1만1000개 일자리로는 부족하니 의료, 관광이 융합된 전문 인력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에는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국가자격 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이론 중심의 교육이나 필기시험 중심으로 코디네이터를 선발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실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장롱 자격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컨설팅전문업체인 고려의료관광개발 김재희 대표는 “코디네이터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호텔 예약이나 고객 식사 관리 같은 단순 서비스도 못하는 지원자가 많다”고 말했다.

○ 산학(産學) 협력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풀어야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자락에 자리 잡은 스파 리조트 '아난다 스파'의 모습. 수도인 뉴델리에서 차로 5~8시간 이동해야 하지만 인도 전통 의학과 요가 등을 접목한 창의적인 의료관광 상품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난다 스파 홈페이지

2년 전 해외 환자 유치 사업을 시작한 휴케어는 얼마 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직원을 뽑는 데 몇 달이 걸렸다. 정태성 휴케어 이사는 “어학과 의료관광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의료관광 관련 자격증을 대비하는 사설 학원은 늘고 있지만 현업에서는 채용할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이 손잡고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의료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도 실무에 맞게 융합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의대에도 바이오헬스, 생물학, 관광컨설팅, 마케팅 등의 의료관광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융합 교육과정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관광 관련 일자리의 높은 문턱을 낮춰 다문화가정 여성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시험은 관련 분야가 아닌 학과를 나오면 유관 분야 실무를 2∼4년 경험해야 응시할 수 있다. 고졸자는 아예 응시하지 못한다. 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다문화 여성들은 어학 실력이 뛰어나 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양질의 인력이 될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도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용(경제부) parky@donga.com
▽팀원 문병기 장윤정 조은아(경제부)
염희진(소비자경제부)
유근형 이철호(교육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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