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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南과 北어디에도 마음 못붙이는 탈북자의 우울한 초상

입력 | 2013-07-16 03:00:00

“브로커費보증섰다 차압… 南사회 기대 접어”
정착 11년차 탈북자, 재입북 처음 공개 예고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정착하지 못해 ‘떠도는 탈북자’가 계속 늘고 있다. 재입북했다가 다시 탈북한 일가족이 있는가 하면, 남한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은 탈북자가 처음으로 재입북을 예고했다.

탈북자인 손정훈 북한이탈주민비전네트워크 대표(49)는 15일 본보 기자를 만나 “이제 한국사회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북한으로 돌아가 평양에 계신 어머니(80)라도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재입북은 국가보안법 등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손 대표가 남한 정착 11년 만에 범법자가 될 것을 각오하며 재입북을 결심한 이유는 탈북 브로커에게 지급한 돈 때문이다. 손 대표는 2009년 브로커 김모 씨에게 탈북 여성 A 씨가 한국까지 오는 데 필요한 돈 850만 원을 보증 섰다. 병에 걸린 A 씨 대신 채무변제 소송을 당한 손 대표는 “일부라도 먼저 갚겠다”고 했지만 패소했고 이달 1일 냉장고 등 가재도구를 압류당했다. 정부에서 제공한 임대아파트 보증금도 압류된 상태다. 손 대표는 “정부가 탈북자 보호 의무를 개인에게 떠넘긴 채 그로 인한 책임까지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북한은 기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내 형을 공개 총살한 나라”라며 “그런 곳으로 되돌아가는 심정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자 상담기관인 하나센터와 신변보호 경찰관을 통해 손 대표의 주장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14일 탈북자 김광호 씨 가족이 재입북 후 다시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는 보도(본보 15일자 A2면)와 관련해 외교부는 중국 정부에 공문을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의 재입북도 브로커 비용을 갚지 못한 데 따른 생활고가 한 원인이었다.

재입북한 탈북자는 올 상반기(1∼6월) 북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 사례만 7명에 달한다. 지난해까지의 재입북이 총 4건(9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정부가 탈북자 정책을 통일정책의 큰 틀에서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탈북자 보호 의지를 밝히고 국민에게 협조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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