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펼쳐진 정가악회의 여창가곡 녹음 현장. 마당에서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도 함께 담겼다. 악당이반 제공
9일 서울 성북동에 있는 국악 전문 음반사 악당이반(樂堂利班)의 스튜디오에서는 신 씨의 음원이 재생되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니 이퀄라이저(소리 진폭이나 주파수를 조절하는 음향장치)는 아예 꺼져 있었고 믹서는 손대지 않은 채 ‘0’에 버튼이 일렬로 정렬돼 있었다.
○ 국악의 ‘맨얼굴’을 담아라
김영일 악당이반 대표는 한옥이 최고의 스튜디오라고 생각한다. 일반 녹음 스튜디오 같은 흡음재나 반사재가 필요 없다. “소리꾼이 아무리 세게 소리를 질러도 북소리가 그것보다 8배 정도 큽니다. 보통은 기계 장치로 북소리를 줄이지요. 하지만 한옥에서는 소리가 흩어지는 창문 옆에 가서 치면 됩니다.”
전남 담양군 소쇄원의 제월당 마루에서 소리꾼 배일동의 김세종제 춘향가를 녹음할 땐 모든 창을 활짝 열어놓고 작업했다. 거슬리는 센 북소리는 날아가고 중음인 잔향만 듣기 좋게 남았다. 서울 사람인 김 대표는 전라도 소리꾼들의 말투를 빌려 설명했다. “엔지니어에게 늘 얘기합니다. 빈 데 채우고 센 데 내리면(작은 소리 키우고 큰 소리 줄이면) 베려버립니다. 냅둬부시오!”
○ 국악, 헤드폰으로 즐겨라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오른쪽)가 잡고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더미헤드 마이크로 가야금 연주자 조정아 씨의 산조를 녹음했다. 이 음반을 헤드폰으로 들으면 소리가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런 리코딩 방식이 1970년대에 개발된 뒤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많이 쓰였는데, 국악에 접목한 것은 처음이다.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리코딩엔지니어)는 “스마트폰 보편화 이후 모바일 기기로 음악을 듣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을 타깃으로 두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악당이반과 오디오가이는 국악 음원을 고급 콘텐츠로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끼리끼리 즐기는 차원을 넘어 기록하고 공유해 후대에 온전히 잘 전달하는 것이 리코딩의 목적. 오디오가이는 올여름 영국 린 레코드와 낙소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국악 음원을 서비스할 계획이며, 악당이반도 온라인에서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