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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문수축구장 줄여 유스호스텔 짓는다니…”

입력 | 2013-07-04 03:00:00

■ 울산시 ‘독단행정’에 비판 목소리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3층 관중석에 들어설 유스호스텔 조감도. 관중석(총 4만4102석) 일부를 없애고 유스호스텔을 지으려는 시의 계획에 대해 체육계 등에서는 “A매치를 유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축구장 관중석 축소해 유스호스텔 신축, 차단녹지인 야산 뭉개고 농수산물도매시장 건설, 분뇨처리장 옮긴 곳엔 시립도서관 건립….’

최근 울산시가 확정 발표한 각종 사업들이다. “의견수렴 절차 없이 사업이 결정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적자 해소”가 명분

문수축구경기장에 유스호스텔을 짓기로 한 것은 지난해 10월. 4만4102석인 이 경기장의 3층 관중석(1만7000석)을 폐쇄하고 관중석에 보조 기둥을 설치한 뒤 유스호스텔(53실)과 회의실(2실), 스카이라운지 등을 갖춘다는 구상. 사업비는 140억 원. 시는 선수단 전지훈련과 청소년 수련 시설로 활용하면 연간 5억37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가 유스호스텔 건립을 추진한 것은 적자 해소를 위해서다. 문수축구경기장은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당시 미국과 독일의 8강전 등 3게임이 열렸다. 이 기간에는 관중석이 거의 찼으나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입장객이 대폭 줄었다. 컨벤션센터 등으로 받는 임대료 수입은 지난해 11억9268만 원이었으나 운영비로 13억6650만 원이 들어갔다. 1억7382만 원의 적자를 기록한 셈. 매년 적자폭은 비슷하다. 문수경기장 유스호스텔은 이달 중순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 내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이 경기장 건립에는 1500억 원이 투입됐다. 시민과 기업체 성금 50억 원도 포함됐다. 유스호스텔 건립에는 이 비용의 10분의 1이 들어간다. 유스호스텔 운영 수익으로 건립비를 뽑는 데는 26년이 걸린다. 더구나 유스호스텔 건립으로 관중석이 줄어들어 국가대표팀 경기 구장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시는 “시민의 54%, 체육 관계자의 62%가 유스호스텔 건립에 찬성했다”며 “유스호스텔 건립 이후에도 A매치가 가능하도록 객실 수를 당초 80실에서 53실로 줄여 관중석 4만500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투명성 결여” 지적 잇따라

울산시의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시립도서관 이전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에 이어 울산시의원들도 반대하고 있다. 시는 시립도서관을 여천분뇨처리장 용지에 2017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울산에서 발생하는 하루 300t의 분뇨를 30여 년째 정화 처리하는 곳. 내년 4월 울주군 온산으로 이전한다. 또 1990년 건립된 현재의 농수산물도매시장(남구 삼산동)을 1571억 원을 들여 2020년까지 남구 여천동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시립도서관과 도매시장은 나란히 건립된다.

▶본보 4월 29일자 A16면 참조… 도서관 바로 옆 시장? 울산시의 이상한 행정

울산시의회 안성일 의원은 최근 “도서관 옆에 소음이 심한 도매시장을 짓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용지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도매시장 이전 예정지는 울산석유화학공단과 불과 200여 m 떨어진 곳”이라며 “공해 차단녹지대 보존을 위해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