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서 열린 클래식 음악마켓 ‘클래시컬: 넥스트’ 쇼케이스 현장
올해 ‘클래시컬: 넥스트’ 쇼케이스의 키워드는 새로움과 재미였다. 한국의 가야금 트리오는 서구의 클래식 음악 관계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줬다. 지난달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작곡가 임준희 교수(무대 위 왼쪽)가 가야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클래시컬: 넥스트’ 제공
이 음악마켓에서 우리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이 그 좋은 사례로 주목을 끌었다.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 서울대 교수, 피아니스트 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빈의 유명 재즈클럽 포기&베스에서 펼친 쇼케이스 공연이었다. 피아노가 펼쳐 놓은 한국의 전통적인 리듬 위에 가야금 선율이 살포시 얹혔고 바이올린이 가느다란 실처럼 얽혀들었다.
임 교수는 “가야금은 서양 악기와 완전히 다른 색깔의 음색을 지녔기 때문에 피아노, 바이올린과 어우러지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이전에 들어 보지 못한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러시아 작곡가 나탈리야 오로바는 “한국의 전통 음악과 서양 음악을 결합한 현대음악 작품이 무척 신선했고 영감을 주었다. 클래식 음악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 클래식, 박물관을 탈출하라
음악의 도시 빈에서 열린 쇼케이스가 클래식 홀이 아니라 재즈클럽에서 펼쳐진 것은 의미심장했다. 이번 쇼케이스는 1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8팀이 선정됐다.
이들 모두 클래식에 뿌리는 두고 있지만 실험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쇼케이스 심사위원이었던 데이비드 오를로프스키는 “클래식 음악이 기존의 고리타분한 틀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무대”라고 했다.
○ 아시아, 그리고 디지털
‘클래시컬: 넥스트’에는 급부상하는 한국과 중국 클래식 시장에 대한 서구 음악계의 큰 관심이 반영됐다.
서울시향 대표를 지낸 김주호 롯데홀 대표가 ‘한국의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개막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6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별세해 해당 세션이 취소됐다. 내용을 궁금해 하는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발표 내용을 정리한 유인물이 배포됐다. 궈산 중국교향악단발전재단 대표가 발표한 ‘중국에서의 예술경영’ 세션에도 중국 청중의 관심 레퍼토리, 해외 오케스트라 진출 방안 등에 대한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관객 확장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다. 미국 카네기홀의 나오미 그레이블 마케팅&크리에이티브서비스 디렉터는 “공연장 자체 콘텐츠 앱보다는 (카네기홀 개막 공연을 지휘한) 차이콥스키의 흔적을 따라 가는 워킹 투어 앱이 더 인기”라면서 “뉴욕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