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화 특별위 권고안 초안 놓고 열린 공청회… 법제화-시행방식 시각차
오래 전부터 이 연명치료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와 찬성,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연명치료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치료가 환자가 삶을 존엄하게 마감할 수 없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을 맞이할 시간만을 억지로 늦추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희망 없는 치료로 인해 남겨질 가족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심해질 거라는 우려다. 의료진의 착오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죽음을 맞아야 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많다.
이처럼 찬반이 팽팽한 탓에 지난 18대 국회 때 신상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존엄사 관련 법안 2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던 연명치료 중단 논의가 최근 다시 점화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산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특별위원회(특별위)’가 지난달 14일 권고안 초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잠정안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가 뚜렷하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관련 절차에 따라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사전 유언 형식으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적는 ‘사전의료의향서’, 의사가 임종이 임박한 중환자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이 이에 속한다.
물론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더라도 물, 영양, 산소는 계속 공급해야 한다.
특별위의 권고안 초안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29일 연세대 의대 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계속됐다. 의료계, 종교계, 환자 등의 참가자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법제화 여부와 시행 방식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여전했다.
권고안 초안 마련에 참여한 허대석 서울대 교수는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경우 의료진과 가족이 환자의 처지에서 최선의 선택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계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 인정하면서도 법제화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른 치료 중단이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재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는 “사전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양식을 보면 수분, 영양 공급을 작성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안락사에 해당한다”고 우려했다.
특별위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반영해 7월로 예정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