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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플러스] 178구 이수민, 혹사인가? 단련인가?

입력 | 2013-05-22 07:00:00

대구 상원고 투수 이수민의 과도한 투구수가 외신에도 소개돼 혹사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은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제주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는 이수민. 창원|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tomato99@donga.com


황금사자기 등 7경기서 974구 던져 논란
“야구 자원의 한계·성적 우선주의가 문제”
“투구폼따라 개인차·한계 경험” 긍정 평가도


대구 상원고 투수 이수민이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천안북일고와의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에서 9.2이닝 동안 178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이 사건이 미국으로까지 번져 CBS 방송은 ‘1경기 평균 139개를 던진 한국 고교 투수’라는 기사까지 싣기에 이르렀다. 이수민은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황금사자기 등 7경기에서 총 974구를 던졌다. 이제 ‘이수민 혹사’ 논란은 ‘혹사가 맞느냐’는 차원을 넘어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단련하느냐’는 야구 철학의 문제로까지 번졌다.

○전문가들도 엇갈린다!

투수이론의 대가인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1경기에 150구가 넘어선 것은 혹사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금 당장은 티가 안 나도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의 몸에 후유증이 누적된다는 얘기다. 양 위원은 “훈련이면 250∼300구를 던져도 된다. 힘이 빠지면 밸런스로 던지는 법을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투수는 100% 이상의 힘으로 던질 수밖에 없다”며 무리임을 강조했다. 9이닝 최소투구 완봉승(73구)을 거뒀던 임호균 해설위원도 “혹사”라고 정리했다. “주말에만 경기하니까 관리할 시간이 있다곤 하지만, 아마추어 현실에서 쉽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 야구 자원의 한계와 성적우선주의가 빚어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수민의 투구를 직접 봤다는 임 위원은 “투구폼이 유연해서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지만,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1경기 최다투구(219구) 승리투수인 롯데 김시진 감독은 감독의 재량, 선수의 개인차에 따라 투구수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팔 스윙이나 투구폼이 부드럽다면 많이 던져도 무방하다는 시각이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도 “어린 투수들이 많이 던지면서 한계를 넘어가는 것도 큰 경험”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송 코치는 “많이 던져서 아픈 것은 아니다. 나는 가장 많은 이닝(3003이닝)을 던졌지만 가장 오래 투수를 했다. 힘이 아니라 밸런스에 맞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야구 문화의 차이

흥미로운 점은 ‘이수민 혹사’ 논란을 조명한 CBS는 “메이저리그에선 선발투수가 178개씩 던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적 논조를 취한 것이다. 양상문 위원 역시 “차라리 이슈화돼서 잘됐다. 고교야구 투구수 제한을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고시엔 고교야구대회는 이것보다 심한 연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양 위원은 “고시엔은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일본의 국가홍보가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그 배경을 해석했다. 팀을 우선시하는 한국, 일본의 문화와 개인이 잘 돼야 전체도 흥한다는 신념이 강한 미국의 문화가 충돌해 이수민 혹사 논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인지 모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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