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은 불경기 탓… 정년 연장과 직접 연관성 낮아”
‘정년 60세 의무화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세대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년 문제가 미래에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장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 처지에서는 정년 연장이 반갑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사회학회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년 연장에 대해 50대는 40.5%가 찬성했지만 20대는 24.9%만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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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는 업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업별로 필요로 하는 인력 분포가 다르고, 사업 성격이 노동집약적이냐 장치산업이냐에 따라서도 정년 연장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은 고령층의 정년 연장보다는 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0년대 중반 일부 회원국의 경우 고령자의 노동시장 장기체류가 높은 청년 실업률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1994년 ‘고령층의 조기퇴직을 유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담긴 일자리 전략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 후 10여 년간 청년층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프랑스 등 일부 회원 국가에서는 오히려 고령자 조기퇴직이 사회재정 부담만 늘리고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OECD가 2005년 새로운 일자리 전략을 세우며 조기퇴직 권고안을 폐기한 이유다. 고령자 고용과 청년층 고용은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청년 실업의 문제는 각 나라와 세계 경제 상황, 그리고 정보기술(IT) 시대에 벌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 등의 문제이지 정년 연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국내 기업들 중에는 신규채용을 줄인 기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지난해 7월 정년을 만 60세까지로 2년 연장한 현대중공업 측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한 것이 신규 채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우수한 인력을 붙잡는 효과도 있었고, 노조가 임금인상률을 양보해 회사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청년 구직자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치산업 분야에서는 별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노사 합의로 정년을 60세로 2년 연장한 GS칼텍스 측 관계자는 “정년 연장 이후 신규 채용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정년 연장과는 무관했다. 채용은 투자 계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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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정년 연장이 청년 세대에게도 유리한 일이 될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40년 뒤에는 젊은이들도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보게 된다는 긴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길진균·이성호·김창덕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