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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회사이익보다 고객수익 우선” 놀라운 결과가…

입력 | 2013-04-24 03:00:00

■ 직원평가 실험 1년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한금융투자 본사 집무실에서 취임 후 1년간 직원 평가 시스템을 개편한 뒤 일어난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직원을 평가할 때 고객에게 얼마나 높은 수익을 돌려줬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회사 이익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직원 평가 시스템 개선 1주년을 맞아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취임한 뒤 ‘고객수익률’이 증권사의 최고 목표가 돼야 한다며 회사의 이익 기여도 위주로 진행되던 직원 평가 시스템을 개편했다.

강 사장은 “그동안 업계에서는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잦은 매매를 권하거나 고객 투자성향과 맞지 않는 투자를 추천하기도 했다”면서 “당장 이익은 나겠지만 회사 평판이 나빠지면 장기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아도 회사 수익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초반 주춤하는가 싶던 이익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늘었다. 직원 사이의 경쟁도 자연스레 치열해졌다. 총 743명인 영업사원 가운데 20명가량인 ‘우수 직원’으로 뽑히려면 지난해 2분기(4∼6월)에는 고객수익률을 13% 올리면 됐지만 올 1분기(1∼3월)에는 38.6%는 올려야 했다. 소문이 나자 고객도 몰려들어 1인당 신규 확보 고객 자산은 우수 직원 평균 62억 원, 일반 직원은 30억 원이나 됐다. 예탁자산이 1억 원 이상인 우수 고객도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금융상품 잔액은 2011년 말 15조 원에서 최근 22조 원으로 47% 늘었다.

강 사장은 “고객의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면 신규 자산이 많이 들어올 것이란 믿음이 확인됐다”며 기뻐했다.

이런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건 과거 그의 경험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 압구정 지점장으로 일할 때 그는 ‘성과’ 실험을 해봤다.

“당시 압구정 지점의 성과가 회사 내에서 꼴찌였어요. 그때 압구정 지점장으로 발령이 난 거죠. 직원들에게 고객이 돈을 벌게 해 주면 우리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다독였죠. 딱 1년 만에 전국 지점 수익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강 사장은 더 많은 직원이 우수 직원에 도전하도록 든든한 포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수 직원 가운데서도 최우수 직원 격인 ‘마이스터’를 뽑아 회사의 핵심 인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그는 “2년간 성과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고 개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외 연수 등 개인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저금리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증권업계는 점점 고객 붙잡기에 애를 먹을 것”이라며 “어떤 상품,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고객을 위한 길인지 고민해야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