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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연구분야 선점”… MRI 성능 경쟁 뜨겁다

입력 | 2013-04-12 03:00:00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에 설치된 연구용 3.0T(테슬라) MRI 장비. 병원에서 주로 쓰는 진단용 MRI의 출력은 1.5T지만 최근에는 연구·임상 겸용으로 3.0T급 MRI도 많이 쓰인다. 7.0T 이상 고출력 MRI는 주로 뇌 연구 전용으로 쓴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선진국들이 뇌 연구 분야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2일 올해만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들여 뇌 과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도 올해 1월 인간 뇌 프로젝트를 주력 연구사업으로 승인하고 앞으로 10년간 11억9000만 유로(약 1조7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몇 해 전부터 뇌 과학 분야 선점을 선언하고, 지난해 뇌 연구에 668억 원가량을 투자했지만, 과학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2009년 가천대 조장희 박사팀이 완성한 세계서 가장 선명한 뇌지도 이미지. 이 이미지는 7T MRI 장치로 찍은 뇌를 컴퓨터 이미지로 바꾼 것이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제공

○ MRI, 뇌과학 기본 장비로 부상

이 때문에 규모가 아닌 특기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승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영상 처리’ 기술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뇌 연구가 시작된 것은 뇌 속을 사진처럼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의 발달 덕분이다. 의료용 진단 장치로 개발된 MRI는 요즘 뇌 연구의 핵심 연구 장비가 될 정도다.

MRI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인체의 수분이나 미량 원소에 반응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의 혈액 흐름이나 세포 속 분자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MRI를 이용한 뇌 영상기술 분야는 아이디어에 따라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석학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뇌 지도’를 완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0.3mm 굵기의 미세혈관까지 볼 수 있는 새로운 뇌 지도를 가장 먼저 완성한 것이다. 해외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MRI와 성능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양성자단층촬영장비(PET)와 번갈아 영상을 촬영하는 기법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 MRI 성능 높여 뇌 연구 경쟁 대비


연구용 MRI의 성능은 자기장의 출력과 비례한다. 이 때문에 국내 연구자들은 연구용 MRI 장비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연구용 MRI 중 가장 출력이 높은 것은 7.0T(테슬라·1T는 지구자기장의 5만 배)로, 전 세계적으로 40대 정도 있는데, 국내에는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한 곳뿐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신형 7.0T MRI를 내년 말까지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차세대 연구용 MRI 개발도 한창이다. 일본과 프랑스가 11.7T MRI를 개발하고 있으며 가천대도 14T MRI를 연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 의료용 MRI의 두 배 정도 성능인 3.0T급 MRI에 다양한 부가 기능을 넣어 뇌 연구와 동물실험 등에 쓰는 경우도 있다.

이화여대는 다각도에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신형 3.0T급 MRI 장비를 연구용으로 도입했다. 이 장치는 출력은 낮지만 신경과 혈관, 조직 구조를 고해상도로 영상화할 수 있는 한편, 탄소-13, 인-31 같은 다양한 원소를 촬영할 수 있어 뇌기능 연구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김정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해외 학술자료 검색 사이트 등을 찾아보면 3T 이상의 MRI 보급 이후 관련 논문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뇌 연구 분야 선점을 위해서라도 국내 MRI 장비 시설 확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