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부산/경남/동서남북]시각장애학교 없는 유일한 광역시, 울산

입력 | 2013-04-05 03:00:00


정재락 사회부 기자

3일 오후 3시 울산시청 2층 시민홀.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관 개관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박맹우 시장과 서동욱 시의회 의장 등 기관장, 장애인과 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시각장애인 등이 오카리나도 연주했다. 시각장애인복지관 개관 이후 10년간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복지사업을 펼칠지 다짐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성대한 행사와는 달리 시각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은 깊었다. 전국 6개 광역시 가운데 울산만 유일하게 시각장애학교(맹학교)가 없기 때문. 현재 울산의 시각장애 학생들은 2008년 3월 개교한 특수학교인 울산혜인학교(중구 약사동)에서 다른 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그나마 이 학교에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과정으로는 초중학교 과정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부산이나 대구 등지로 가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거나 아예 진학을 포기해야 한다.

타지의 맹학교에 재학 중인 울산 출신 시각장애 학생과 울산의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은 50여 명. 울산시교육청은 맹학교 설립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시각장애 학생 수가 적어 200억 원이나 소요되는 맹학교 설립이 어렵다는 것. 시각장애 초등학생을 둔 A 씨(35)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울산에 맹학교가 설립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에 비해 수혜자가 적다는 교육청의 판단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건립된 지 10년이 넘은 시각장애인복지관과 맹학교를 한곳에 건립하면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시각장애인과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2003년 2월 개관한 복지관(지상 4층)은 연간 3만5000여 명이 이용하기에는 좁다. 정상인이었다가 사고 등으로 실명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체 시각장애 학생의 41%가 고등학생이어서 고등부가 있는 맹학교를 개설하면 수혜자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맹학교와 시각장애인복지관을 한곳에 건립하면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울산은 지난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5만6430달러일 정도로 부자도시다. 그럼에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맹학교가 없다는 것은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울산의 자존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재락 사회부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