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②베토벤 현악4중주 작품 135 끝악장 악보. ①은 첫 음부터 두 음 아래(단3도)→세 음 위(완전4도)→다시 두 음 아래→세 음 위로 진행된다. ②의 B(‘그래야만 한다!)에서 3, 4번째 음을 하나로 보면 ①과 방향은 반대로, 각 음의 간격은 같게 대칭으로 뒤집힌 진행을 이룬다.
제목이 왜 ‘수수께끼’ 변주곡일까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낱낱의 변주(變奏)가 작곡가의 지인들을 표현했습니다. 그 주인공들을 맞혀 보라는 게 첫 번째 수수께끼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 곡 전체에 작곡가가 숨겨놓은 비밀 또는 암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엘가 코드(code)’입니다.
저도 학생 시절 이 수수께끼에 매혹됐습니다. 주제 선율을 앞뒤로 뒤집어보기도 했고, 계이름이 ‘도-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엘가와 친분이 있었던 여인 도라 페니와 관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가는 다른 대가가 내놓은 또 다른 수수께끼에 자기를 결부시킨 게 아닐까?” 순간 앗,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 악보를 뒤집고 비틀어 보다가 선율의 아래위를 뒤집는 ‘반전’ 기법을 이용해 봤습니다. 70년 전 바로 오늘 별세한 라흐마니노프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제18변주에서 사용했던 수법입니다. 반음 내려가던 것은 반음 올라가는 것으로, 세 음 아래로 가던 것은 세 음 위로 가는 것으로 뒤집는 식입니다. 그 결과는? ‘수수께끼 변주곡’ 주제 처음 다섯 음의 진행을 뒤집어 보니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 동기 여섯 음의 진행과 똑같았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