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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의전 반영하는 ‘외국정상 축전 소개 순서’ 北 부동의 1위서 4위로 강등

입력 | 2013-03-22 03:00:00

핵실험 불편한 감정 표출




중국이 새 국가 지도부 출범을 축하하는 외국 정상들의 축전 현황을 소개하면서 북한을 네 번째로 소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항상 북한이 축전 발송 순서에서 맨 위에 놓였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14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국가주석으로 선출됐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키스탄과 나미비아 정상들이 축전을 보냈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외교부는 이 순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1998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2003년과 2008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주석에 선출됐을 당시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먼저 축전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축전 명단 순서는 엄격한 외교적 의전과 정치적 고려를 반영한다. 전화를 누가 먼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총리 취임 당일인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지만 이틀 뒤인 17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축전을 보내자 “첫 번째로 전화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정일 생존 당시 중국이 북한을 축전 명단의 맨 위에 배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혈맹 관계를 존중하는 외교적 제스처였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설명이다. 반면 이번 시 주석 취임을 축하하는 축전 명단에서 북한을 3단계나 강등해 네 번째 자리에 놓은 것은 3차 핵실험 이후 불편해진 대북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