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정치부장
지난해 12월 18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마지막 지원 유세를 앞두고 대선 캠프 실장급들과 점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인 12월 19일 투표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던 안 전 교수가 오늘 귀국해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도전한다. 대선 때와 같은 안철수 바람은 지금 없지만 안철수 현상은 그의 예상과 달리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3월 4일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53.8%가 출마에 찬성했고 반대는 20.6%에 불과했다.
논란 끝에 5·4전당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당권을 둘러싼 전당대회 룰 다툼만 요란할 뿐 성찰도 쇄신도 실종돼 버렸다. 모바일 선거인단에 집착하는 친노(친노무현) 주류세력은 당권을 놓을 의사가 없어 보인다. 안철수 캠프에 참여한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새정치연대 준비모임’이 10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민주당 중심의 야권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야권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진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4·24 재·보선으로 안 전 교수가 원내에 입성한다면 민주당의 5·4전대는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공산이 크다. 미디어리서치가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 민주당 지지율은 20.1%에서 10.6%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지율 23.6%인 안철수 신당의 반 토막에 불과한 수치다. 안철수 신당이 뜰 경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불안감을 느끼는 비노(비노무현) 의원 30, 40명이 합류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예측까지 나오는 판이다.
1기 내각 인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불통’ 논란을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도 안철수의 조기 귀환에 일조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관들의 임명과 국무회의 소집을 미루다가 임기 시작 후 보름이나 돼서야 첫 국무회의를 열게 된 것도 ‘오기정치’ 논란을 확산시켰다.
박 대통령과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누적될 경우 여권도 정계개편 바람에 휘말리지 말란 법이 없다. 좌파세력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낀 중도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지지세력 일부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성원 정치부장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