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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청춘만 아픈가? 50대는 더 아프다… 다만 속으로 흐느낄뿐

입력 | 2013-03-09 03:00:00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송호근 지음/240쪽·1만5000원 이와우




송호근 교수 동아일보DB

이 책, 읽을수록 한숨만 푹푹 나온다. 서평 담당 기자로 최근 1년간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슬프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닥친 문제이자 당장 먹고사는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요약하면 이렇다. 청춘만 아프냐? 50대는 더 아프다. 다만 소리 내 울지 않을 뿐….

대한민국 국민이 퇴직하는 평균 연령대,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세대, 그 후에는 자녀 결혼으로 뼈가 빠지는 세대, 자신의 노후 대책도 없는데 여전히 노부모 봉양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대.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50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인구학적으로는 1955∼63년 태어난 베이비부머로 약 715만 명이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해 온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57)가 자신이 속한 베이비붐 세대의 현실을 그린 보고서이자 개인사를 고백한 에세이를 냈다. 이 중년의 사회학자가 어느 날 밤 자신의 차를 운전해준 초면의 대리운전사와 술잔을 부딪친 것이 책의 집필로 이어졌다. 그와 동년배인 대리운전사는 중견기업 부장을 끝으로 퇴직하고 집에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알바’를 뛰는 중이었다.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이뤄 낸 베이비부머의 초라하고 억울한 황혼!

저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베이비부머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자신의 사례를 보탰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대 교수도 경북 영주 산골 출신으로 다른 50대처럼 딸 둘의 학비를 걱정하는 아버지이자 팔순 넘은 부친의 부양을 책임진 장남이며, 노후 문제를 해결할 자원도 넉넉하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대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베이비부머는 부모에게 손 내밀기는 주저하면서도 자식에겐 힘닿는 데까지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책은 재취업 전쟁과 생계 걱정, 사회적 직위를 잃은 허탈함과 외로움으로 눈물 삼키는 50대들의 현실에 귀 기울일 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 점이 아쉽지만 저자가 밝힌 대로 이 책의 목적은 “연대감 확인을 통한 공감과 위로”다. 그래서인지 50대 독자가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동년배 교수와 거나하게 소주를 걸친 기분이 들 법하다.

저자는 베이비부머를 가리켜 ‘가교세대(bridge generation)’라고 명명한다. ‘농업 세대’인 부모와 ‘정보기술(IT) 세대’인 자식의 부양을 모두 책임지면서 소통의 다리를 놓았고, 근대와 현대 사이에 다리를 놓은 근면 성실한 세대. 그가 1970년대에 즐겨 불렀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는 희생의 아이콘이 돼 버린 베이비부머에게 바치는 위로의 노래가 되었다. 정작 베이비부머들이 의지할 다리는 배우자도 자식도 친구도 아닌 자기 자신임에도….

“당신이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아 거리를 헤매다 견디기 힘든 밤이 찾아올 때 당신을 위로할게요. 당신 편이 되어 줄게요. 어둠이 몰려오고 세상이 온통 고통으로 가득할 때 당신이 이 험한 세상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줄게요.”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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