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월 20일자 A8면에는 고속도로에서 광란의 질주를 하는 폭주족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속도의 원리와 사고 시 범인을 추적하는 데 활용하는 과학수사 기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 관성과 충격량 이해하기
문제는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교통사고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127만 명이 숨지고, 2000만∼5000만 명이 다칩니다. 차량의 속도가 5% 증가하면 부상은 10%, 치명적인 충돌은 20%나 증가합니다. 속도가 1% 낮아지면 사망사고는 7%, 부상사고는 5%가 줄어듭니다. 교통사고와 속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죠.
이유 중 첫 번째는 관성의 법칙입니다. 뉴턴이 만든 힘과 물체의 운동에 대한 세 가지 법칙 중 첫 번째죠. 공이 평평한 수평면을 구른다면 어떻게 될까. 경사가 없으니까 속력은 거의 일정하지 않을까. 그러면 공은 끝없이 구르지 않을까. 갈릴레이의 생각을 뉴턴이 정리했습니다.
관성이란 외부로부터 어떠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을 말합니다. 달리기를 생각해 보세요. 결승선에 들어오면 멈추고 싶은데도 계속 뛰게 됩니다.
자동차는 관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추려 하면 관성의 영향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후 바로 서지 못하고 앞으로 쭉 미끄러지다 멈춥니다. 여기에 필요한 거리를 제동거리라고 합니다. 이는 자동차의 속도에 비례합니다. 속도가 클수록 관성이 커지니 제동거리 역시 길어집니다.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거죠.
관성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는 마술을 해 볼까요. 동전 마술이에요. 같이 해 보세요. 먼저 컵 위에 빳빳한 카드를 올려 놓으세요. 그리고 동전 1개를 놓습니다. 손가락으로 카드 모서리를 재빨리 쳐서 카드를 빼내세요. 동전이 어떻게 될까요.
쨍그랑! 동전이 그대로 컵 속으로 떨어져 버렸죠? 이상합니다. 분명히 동전은 카드 위에 있었으니 카드가 날아갈 때 같이 날아가야 되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카드 위에 정지해 있던 동전이 계속해서 정지해 있으려는 관성 때문입니다.
○ 달아난 범인 찾기
자동차를 급제동하면 자동차와 도로면 사이에는 마찰이 일어납니다. 물체를 마찰시키면 열이 납니다. 손을 비비면 따뜻해지듯이. 자동차의 운동에너지 일부가 마찰에 의한 열에너지로 전환된 겁니다. 열 때문에 고무성분인 바퀴가 녹아 도로 위에 바큇 자국을 남깁니다.
스키드 마크의 길이를 알면 도로 상태에 따른 마찰계수를 적용해 제동하기 전의 차량 속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바퀴의 모양은 제조회사마다 다릅니다. 바큇 자국을 본뜬 다음 제조회사의 데이터와 비교하면 어느 회사의 무슨 자동차인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의 옷이나 자동차에 남은 페인트 자국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충돌하는 순간 자동차의 운동에너지가 마찰에 의한 열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차체나 범퍼에 있던 페인트가 녹아 옷이나 자동차에 남습니다. 차량의 속도가 클수록, 즉 운동에너지가 클수록 페인트가 묻을 확률은 더 커집니다.
페인트 증거물을 찾으면 의심이 되는 차량의 페인트가 같은지 비교해야 합니다. 눈에는 은색으로 보이는 페인트도 비교현미경으로 보면 녹색 적색 은색처럼 전혀 다른 색깔 층인 경우가 많습니다. 페인트 층을 이루는 색깔과 순서가 서로 같다면, 동일한 페인트 증거물로 봐도 됩니다. 지문처럼 정확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페인트를 분석하면 차종과 생산연도를 알 수 있으니 가해차량에 대한 수사의 범위를 좁혀 나갈 수 있습니다.
고희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