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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원자바오, 정치개혁 입 다문 까닭은?

입력 | 2013-03-06 03:00:00

10년 임기중 줄곧 정치개혁 주장
마지막 보고선 경제발전만 강조… ‘후임자 배려’ ‘체념’ 엇갈린 분석




‘체념인가 후임자 배려인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작(업무)보고에서 줄곧 주장해 온 ‘정치개혁’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보고에서 경제발전만을 유난히 강조했다.

원 총리는 이날 1시간 40분에 걸친 보고 중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정치라는 단어도 ‘정치 건설’ ‘정치적 용기’ 등 큰 의미 없이 6차례 말했을 뿐이다. 정치개혁의 주요 키워드인 선거나 알권리 등도 거론하지 않았다. 법치와 부정부패 척결만을 간단히 지적했을 뿐이다.

이는 원 총리가 지난해 전국인대 공작보고에서 “더 큰 결심과 용기로 경제체제 개혁, 정치체제 개혁 등 개혁을 계속 전면 추진하여…”라며 ‘정치개혁’을 직접 언급한 것과 대비된다. 2004년 총리 취임 이래 지난해 공작보고가 가장 강도 높게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나아가 지난해 전국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원 총리는 “정치체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도를 높였다.

원 총리가 올해 공작보고에서 정치개혁을 더이상 내세우지 않는 것이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인지, 당내 권력투쟁에서 패해 발언권을 잃은 데 따른 체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원 총리는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축재 의혹을 폭로해 ‘청렴 이미지’가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다.

원 총리는 올해 보고에서 “최근 10년, 특히 최근 5년 동안 업무에서 느낀 것을 다음과 같이 건의한다”며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경제발전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경제건설에 모든 정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발전 방식을 서둘러 전환하라”며 “우리의 모든 성과는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