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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갈 시간이면 배아프다는 아이… 왜 그럴까?

입력 | 2013-03-04 03:00:00

■ 취학아동 정신건강 살피려면…




초등학교 입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분리불안증, 틱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한 어린이가 의사에게 ADHD 상담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초등학교 입학식장에 서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차다. 하지만 기쁜 만큼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취학 아동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성인의 스트레스 못지않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무슨 스트레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입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면 분리불안장애, 틱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 분리불안장애 “자신감을 키워 줘라”

취학 아동의 스트레스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분리불안장애다.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져 등교 거부로 이어지는 증상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취학 아동 중 5% 내외가 분리불안장애를 겪는다. 부모와 오래 떨어졌거나 부모 상실을 겪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일수록 분리불안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다.

분리불안장애는 ‘단순히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증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아이가 단순히 불편함을 느끼는 수준이 아닌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어린이들은 대개 심부름도, 친구 집에도 혼자 가지 못한다. 심하면 수면장애 복통 구토 어지럼증 기절 질식감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를 꾸중하거나 강제로 학교에 보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대부분 한두 달 안에 증세가 완화되는 만큼 시간을 갖고 ‘학교가 흥미로운 곳’이라는 걸 알려 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등교해 쉬는 시간마다 아이를 만나다 점차적으로 혼자 있도록 시도할 것을 권한다. 귀가 뒤 자녀를 가족들 앞에 세워 놓고 발표 연습을 시키는 것도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매일 일기를 쓰게 하고 대화하면서 속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틱장애 “혼내면 더 심해져”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틱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틱은 신체의 한 부분이 반복적으로 갑작스럽게 움직이는 증상이다. 틱장애는 신체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틱과 일정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음성틱으로 나뉜다. 운동틱은 눈을 계속 깜빡거리거나 머리를 반복적으로 흔들거나 어깨를 실룩거리는 등의 행동이 주요 증상이다. 음성틱은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반복한다. 심할 때는 개가 짖는 소리나 욕설을 반복하기도 한다. 운동틱과 음성틱 증상을 함께 보이면 투레트증후군이라고 한다.

부모는 자녀가 고의적으로 소리를 내거나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틱장애 아동은 행동을 참을 수도 없고 자신이 틱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 때문에 “그만하라”는 말을 하거나 벌을 주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을 찾아 자녀의 증세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틱 장애를 겪는 10명 중 1, 2명은 수개월 안에 증상이 저절로 없어지는 ‘일과성 틱’이다. 하지만 1년 이상 틱 증상이 계속되는 ‘만성 틱’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있다.

일과성 틱은 무시하고 내버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학업보다는 충분히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만성틱이나 투레트증후군은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고 증상을 약화시키는 효과만 있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 ADHD “정확한 진단이 우선”

ADHD도 취학 아동에게서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가정에서는 단순히 ‘산만한 아이’로만 여겨지다 수십 명이 모인 교실에서 증세가 두드러지는 사례가 많다. ADHD는 취학 아동의 약 3∼5%에서 발생한다.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3배 정도 많다. 수업 중 허락을 받지 않고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자주 먹으러 가거나 자주 떠들고 친구들과 자주 싸우면 ADHD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ADHD 치료는 간단하지 않다. 약물 치료와 함께 심리 치료 등 비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치료의 첫걸음은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생활, 친구와의 관계, 외상, 신체적 결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약물치료 놀이치료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특수훈련 중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제안해 준다.

중추신경 자극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는 과잉 행동을 줄여 주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약물치료도 비약물치료와 병행하지 않으면 효과가 적을 수 있다. 가정에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 아침식사 세안 등교 취침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화점 같은 외적 자극이 많은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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