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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내가 매파라고? 난 올빼미파”

입력 | 2013-02-16 03:00:00

‘말’ 쏟아낸 새정부 안보실장 내정자
“한미 대통령 합의한 전작권 전환, 연기하자는 주장은 이상한 얘기
여권에서 핵무장론 나오는데… 국익 관련된 말 쉽게하면 안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사진)는 15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해선 안 되는 말이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을 합의한 상황에서 연기를 하자는 건 이상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새 정부에서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능력을 최대한 갖추고 준비를 잘해 충분히 우리가 전작권을 제대로 이양받을 수 있도록 내실과 여건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을 매파(대북 강경파)로 보는 시각에 “뭘 가지고 나를 매파로 보는가. 나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매파는 힘의 논리만 믿는 주전파(主戰派·전쟁을 주장하는 파)로, 패권주의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올빼미파”라고 말했다.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온건파)의 대화전략의 장점을 취하는 제3의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서하면 안 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지만 대화와 외교로 풀 수 있는 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또 “무력이란 사용하지 않고도 효과를 볼 때 가장 잘 사용한 것”이라면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자병법의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킨다)처럼 군은 강해야 한다. 꼭 무력의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외교와 협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어찌 매파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북정책의 실패를 극복할 사례로 독일-북한 관계를 들기도 했다. “독일은 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지원 과정에서 양국 간에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하나라도 약속을 안 지키면 관계가 파탄 나 다시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나름의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의 방향을 엿보게 한다.

김 내정자는 북한 핵실험 이후 여권에서 나오는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그런 말은 쉽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핵무장을) 해야 한다거나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건 국익과 관련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당면과제로 우선순위가 높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협상에 들어가 합의를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미국에 원자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의 재처리 권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선 15일에도 핵무장과 같은 강경론이 나왔다. 황우여 대표는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대칭무기인 핵무기에 대응체제를 갖춰 군사적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인 핵의 실체 앞에 오로지 대화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됐다”며 “동북아에 바람직하지 않은 ‘핵도미노’ 같은 극단 상황까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고성호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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