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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에… 방화에… ‘악’ 소리나는 층간소음

입력 | 2013-02-12 03:00:00

윗집 형제와 실랑이 40대… 흉기로 찌르곤 달아나
수년간 마찰 또 다른곳에선… 화염병 던져 일가족 6명 다쳐




설 연휴 기간에 층간소음을 이유로 윗집에 사는 주민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강력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김모 씨(45·무직)는 내연녀의 동생이 인터폰으로 윗집과 다투는 것을 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윗집에 명절을 맞아 친척들이 모여 시끄럽다는 것이 다툼의 이유였다. 김 씨는 윗집의 김모 씨(33) 형제와 욕설이 오가는 실랑이 끝에 아파트 밖으로 형제를 불러내 흉기로 찌르고 도망쳤다. 김 씨 형제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경찰은 도망친 김 씨를 추적 중이다.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다가구 주택에서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박모 씨(49)가 윗집 홍모 씨(67) 집으로 올라가 석유가 담긴 맥주병을 던지고 불을 붙였다. 홍 씨 집에는 노부부만 살았지만 이날 설날을 맞아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와 있는 상태였다. 박 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가족이 현관으로 대피하지 못하도록 위협했고 일가족 6명은 3층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이 중에는 갓난아기도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층간소음, 누수문제 등으로 홍 씨와 수년 전부터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을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10명 중 6명이 벽이나 복도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간 다툼의 대표적인 예”라며 “사소한 문제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언제든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도 “밤만 되면 아이들이 뛰어다녀 잠을 못 자겠다”라며 이웃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A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내가 미친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환경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7021건으로 하루 평균 30여 건 꼴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층간소음을 이유로 ‘불붙인 담배를 쓰레기와 함께 윗집 문 앞에 놓고 왔다’, ‘윗집에 복수하려고 천장에 확성기를 설치했다’라는 등 다양한 불만을 담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층간소음은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내 말을 무시한다’라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라며 “관리사무소나 전문기관 등 제삼자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3월부터 소음의 기준치를 주간 40dB(데시벨), 야간 35dB로 크게 낮추기로 하고 최고소음도 기준도 신설해 주간 55dB, 야간 50dB의 소음이 순간적으로 발생해도 피해를 인정하기로 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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