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4학년 조상연씨, 깜빡이는 가로등 보고 나노크기 세포관찰법 개발네이처 자매지에 실려… 작년엔 셀 자매지에 게재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이 두 번이나 실린 KAIST 화학과 조상연 씨(왼쪽)와 그의 논문을 지도한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가 광학현미경을 보며 초고해상도 구현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AIST 제공
KAIST는 화학과 4학년 조상연 씨(23)가 제1 저자(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영국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의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고 5일 밝혔다.
조 씨가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네이처’의 자매지 중 하나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셀’은 학계에서 권위 있는 3대 학술지로 꼽힌다. 지난해 2월에도 조 씨가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인 ‘말라리아 연구를 위한 광학영상 기술’이 셀의 자매지인 ‘생명공학의 동향’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조 씨는 “늦은 밤 연구실에서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가로등 불빛이 교대로 깜빡이는 모습을 보고, 이 방식을 실험에 적용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세포를 형광 빛깔에 따라 세포 부위별로 차례로 깜박거리게 한다면 관찰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 씨는 약 6개월간 연구 끝에 관찰할 물체(시료)를 염색하는 약품 종류를 바꾸어 또렷한 영상을 얻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형광을 구별할 수 있는 필터가 달린 현미경만 있으면 3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까지 세포나 세균, 바이러스를 관찰할 수 있다. 기존 현미경보다 8배 이상 선명해진 것이다.
박 교수는 “조 씨는 학부생 중에서는 아주 특별한 실력을 갖췄다”며 “학부생이면서도 전공지식이 대학원생 못지않고 연구 진행방식은 수년간의 경력을 가진 박사과정 학생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조 씨의 이번 연구 성과로 누구나 특별한 장비 없이 쉽게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십만 원대의 중고교 생물실험에 쓰이는 현미경을 가지고도 우리나라에 몇 대 없는 수억 원대 초고해상도 현미경 수준의 세포 관찰이 가능해졌다. 대학 실험실 등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AIST 생명과학과, 서울대 생리학과 등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물학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박 교수팀과 협의 중이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지명훈 기자 enhanced@donga.com